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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1호 접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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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강기헌 기자 중앙일보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강기헌 산업1팀 기자

백신은 의학·사회학·정치학이 결합한 의사정 복합체다. 그래서 백신 접종은 사회·정치적 이슈다. 백신 개발은 의학에 기대고 있지만, 접종은 사회적 동의(同意)을 전제로 한다. 구성원 모두가 빠지지 않고 백신을 접종해야 집단면역을 형성할 수 있어서다. 개발만큼이나 접종이 중요한 이유다. 이런 이유로 XY 평면에서 x축이 백신 개발이라면 y축은 접종이 담당한다.

미국 내 홍역 재확산은 접종의 중요성을 웅변하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2000년 홍역 퇴치를 선언한 미국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홍역 확산세가 거세다. 부모들 사이에서 홍역·볼거리·풍진 혼합 백신(MMR)이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 내 홍역 환자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홍역 환자가 1282명이나 발생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환자 수가 13명으로 급감했다.

안티 백신은 백신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1871년 모든 학생에게 천연두 백신을 맞도록 의무화했는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881년 강제백신접종 반대조직이 결성됐다. 이후 영국·미국·나이지리아 등에서 안티 백신 운동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안티 백신 운동의 최근 동향 및 대처’, 김종현)

코로나19 백신을 놓고 국내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26일 시작되는데 백신을 맞겠다고 동의한 비율은 전체의 93.8%라고 한다. 나머지 6.2%는 접종을 거부했다. 접종 거부는 한국보다 먼저 접종을 시작한 많은 국가가 앞서 경험한 이슈다. 이를 깨기 위해 각국 대통령이나 보건 정책 책임자가 1호 접종자로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당선자 신분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생중계한 건 자국 내 안티 백신 운동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이스라엘·인도네시아도 대통령이나 보건 정책 책임자가 1호 접종자로 나섰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먼저 맞아야 불신을 없앨 수 있다”(유승민 전 의원)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내 1호 접종자는 누가 될까.

강기헌 산업1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