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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그룹, 한국씨티은행 팔까…저금리, 디지털 전환에 소매금융 부문 고민하는 은행들

중앙일보

입력

씨티그룹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씨티은행. 중앙포토DB

씨티은행. 중앙포토DB

블룸버그는 19일(현지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그룹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태국, 필리핀, 호주 등이 대상이다. 한국시장에서 철수 결정이 내려지면 한국씨티은행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 다만 최종 결정은 나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블룸버그의 보도에 “매각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본사 차원의 입장 외에 다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씨티그룹 본사 측은 “씨티그룹은 각 사업들의 조합과 상호 적합성을 포함하여 냉정하고 철저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며 “많은 대안들이 고려될 것이며, 장기간 동안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낸 상황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관계자도 “매각관련 이슈는 이번 외신보도를 통해 처음 접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 진출해 있는 소매금융 사업 매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도 한국ㆍ일본 등 11개국에서 소매금융 부문 매각을 발표했다. 한국에선 한국씨티그룹캐피탈을 매각하고 씨티은행과 씨티카드는 유지됐다.

은행들 얼마나 벌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은행들 얼마나 벌었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부터 소매금융 부문을 축소하고 있다. 2016년 133개였던 점포는 2017년 44개로, 올해에는 39개로 더 쪼그라들었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진 만큼 점포수를 줄여 비용을 줄이고, 대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등에 집중하자는 취지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유명순 신임 행장도 “색깔 없이 다른 은행들과 똑같은 전략으로 경쟁해서는 어렵다”며 “우리는 자산관리 서비스,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금융 서비스, 편리하고 안전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의 차별화를 위해 투자하고 역량을 강화해 왔다”고 말했다.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덩치를 줄였지만 아직 효과는 크지 않다. 한국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2437억원에서 2019년 27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710억원으로 전년 동기(900억원)보다 21% 줄어들었다. 반면 씨티은행의 시장 점유율은 대출 잔액 기준으로 2017년 1.9%(19조9734억원)에서 2019년 1.63%(19조4999억원)으로 떨어졌다.

쪼그라든 한국씨티은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쪼그라든 한국씨티은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소매 금융 부문에 대한 고민은 씨티은행만의 일은 아니다. 국내 은행 모두 저금리와 디지털 전환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저금리 지속으로 소매 금융 부문 이익의 원천인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고 있다. 대출을 위한 자금조달에 들어가는 비용도 줄었지만, 대출 이자가 더 빨리 줄어든 탓이다. KB국민은행의 NIM은 2019년 1.67%에서 지난해 1.51%로 0.16%포인트 하락했다.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며 은행 창구를 찾는 손님수도 줄고 있다. 테슬라 집중 투자 등으로 유명해진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아크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10월 투자를 피해야 할 사업군으로 전통 은행 산업(Physical Bank Branches)을 꼽기도 했다. 지점 위주의 영업망을 가진 은행이 비용과 신규 고객 확보 측면에서 디지털 기반 은행에 비해 크게 불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매 금융 분야는 점포 등 유지 비용이 큰 상황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등 저비용 구조를 갖고 있는 사업자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기존 방식으로는 이익을 창출하기 점점 힘들어지는 만큼 WM, 기업금융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10월 서울 역삼동에 개설한 PCIB 1호점 ‘TCE강남센터’ 개점식을 열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은행이 지난해 10월 서울 역삼동에 개설한 PCIB 1호점 ‘TCE강남센터’ 개점식을 열고 있다. 우리은행

각 은행들도 기존 점포를 정리하는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은행 점포수는 2015년 7281개에서 2020년 6406개로 줄었다. 남은 점포들 WM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국내 시중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은 고객과의 접점 유지와 금융당국과의 관계 측면에서 점포를 WM 중심으로 급격하게 전환하기가 쉽지 않다”며 “반면 씨티은행의 경우 WM 중심으로 이미 지점 구조 전환이 마무리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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