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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 전세계 확진자 감소세…접종률 60% 땐 변이 걱정 없어 빨리 맞아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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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08면

코로나 백신 - 올 가이드

이스라엘의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료로 음료와 피자 등을 나눠주며 백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한 여성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무료로 음료와 피자 등을 나눠주며 백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주부터 우리나라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이를 놓고 백신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우선 접종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대립으로 국민이 백신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될까 우려한다.

26일부터 요양병원 등서 접종 시작 #식약처 “현장서 판단” 어정쩡한 결론 #의료진 22%, 환자 29% “안 맞겠다” # #독일·프랑스 “65세 미만에만 권고” #이스라엘은 “심각한 부작용 없다” #전문가 “백신이 최고의 승부수”

# 접종 순서는

정부는 국민 전체의 1.5배가 넘는 총 7900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제약사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 화이자 13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 등 총 6900만명 분량이다. 여기에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 1000만명분을 받을 예정이다. 문제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적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이달 24∼2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75만명분을 공급 받는다. 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 공장에서 위탁 생산한 제품이다. 코백스 물량도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26일엔 화이자 5만8500명분, 다음 달 초까지는 아스트라제네카 19만명분이 들어온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에 따르면 이달 26일부터 전국의 요양병원·요양시설, 정신요양·재활시설 5873곳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대상자는 만 65세 미만인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 총 27만2131명이다. 다음달부터는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35만4039명과 119 구급대, 검역 요원 등 방역 대응요원 7만8513명도 차례로 접종을 시작한다. 이와 별도로 이달 말 또는 3월 초에 코백스를 통해 화이자 물량이 들어오면 감염병 전담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일하는 의료진 5만4729명이 맞게 된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1분기에는 전체 국민의 1.5%인 75만9412명이 접종하게 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다음달부터 화이자와 개별 계약한 물량의 일부도 들어오면서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화이자 백신 1300만명분 가운데 50만명분은 3월 말에 국내에 공급될 예정이다. 2분기에 300만명분이 추가로 들어오면 상반기에만 350만명분의 백신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초저온 유통이 필요한 일부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이달 1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중앙 접종센터를 설치했다. 이달 중 4곳, 다음 달에 17곳의 지역 접종센터를 구축하고 이후 시·군·구 단위로 230여곳을 순차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 안전성 논란

백신 접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11월까지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최근 대형 요양병원 3곳의 환자·보호자 330명을 조사해보니 의료진의 22%, 환자의 29%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또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인 연합’은 지난 15일 백신 의무접종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1년도 안 된 기간에 개발돼 장기적인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국민에게 강제로 접종하는 것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의무접종에 반대할 뿐 국가접종 사업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이같은 논란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백신 승인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허가하며 “65세 이상 접종 문제는 질병관리청과 접종 현장에서 판단하라”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떴다. 지난해 말 백신 도입 논란이 일자 정부 여당은 “세계 각국에서 먼저 안전성을 확인한 뒤 맞아도 늦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다. 올 1월 8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신 확보가 늦어졌다는) 야당의 주장은 국민에게 ‘백신 추정 주사’를 놓아 ‘코로나 마루타’ 하자는 것”이라며 “일본 731부대의 망령이 부활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달 들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확정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효능 면에서 월등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열과 구토, 경련 등의 부작용도 심각하다”며 “정부는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 국민이 이런 이유로 접종을 거부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철저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연말엔 ‘백신 접종이 먼저’라며 정부를 압박하더니, 지금은 65세 이상이 백신을 맞아도 된다는 근거가 어디 있냐고 비난한다”며 “이쯤 되면 ‘묻지마 반대’, ‘무조건 비난’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애초에 부작용을 들어 백신 신중론을 편 것은 정부 여당이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빨리 놔야 하는데 백신이 없는 게 문제”라며 “첫 단추를 잘못 꿰다보니 계속 꼬인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안전성 논란은 크지 않다. 지난 16일 독일 프랑크프루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한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직원 중 절반이 병가를 냈다”고 보도했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프랑스 남서부 페리괴 종합병원 간호사들은 “접종자의 50∼70%가 부작용을 호소했다”며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으로 대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 정도 부작용은 흔한 편이다. 의사 출신인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부 장관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공개 접종하며 "어떤 백신을 맞아도 2~3일 정도 몸살을 앓는 듯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를 일축했다.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에 따르면 이달 6∼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1만명 중 149명이 두통, 오한, 발열 등의 부작용을 보였다. 독일과 프랑스 방역 당국은 고령층에 대한 임상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65세 미만에만 접종하라고 권고했다.

반면 16일까지 고령자를 중심으로 1650만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맞은 영국에서는 "심각한 부작용을 보고한 경우는 없다”는 입장이다. 화이자 백신을 사용하는 이스라엘에서도 "2차까지 접종한 의료진 1735명 가운데 37%가 통증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고, 0.28%는 응급실에 갈 만큼 증세가 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부작용을 호소한 의료진 중 97%는 의사 진료를 받지 않았다. 이스라엘 알레르기 학회는 코로나19 백신이 고도로 위험한 알레르기 반응이나 사망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자문단 역시 최근 "사용 가능한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65세 이상에게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 효과는 있나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후 신규 확진자 감소세는 확연하다. 존스홉킨스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올 1월 초까지 하루 평균 25만명에 달하던 확진자가 17일 7만7000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영국에서는 6만명에서 1만2000명으로, 이스라엘은 8000명에서 4000명으로 줄었다. 검사자 증감 등을 고려해 최근 7일간 평균을 적용한 수치다.

코트라 텔아비브 무역관의 박경윤 과장은 "백신 접종 후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직 없지만, 집에서 1㎞ 밖으로는 이동을 금지할 정도로 강했던 봉쇄령이 이달 들어 다소 완화되면서 수퍼마켓과 약국 등이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접종 전에도 현지인들은 마스크를 잘 안 쓰고 다닐 정도로 심각하게 반응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백신에 대해서도 한국에서처럼 예민하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보다는 계절적 요인과 방역 강화의 몫이 큰 것으로 본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각국이 방역 정책을 강화한 결과”라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3상 임상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평균 면역 효과는 70%로 화이자(95%)나 모더나(94%)보다 낮았다. 면역 효과는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사이의 확진자 비율을 의미한다.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 1만명 중 100명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 접종자 1만명 중에서는 10명이 걸렸다면 90% 감소 효과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효과가 90%냐 70%냐는 일반 성인 환자 개개인 입장에서는 사실 큰 차이는 없다” 며 "선택지가 아스트라제네카 밖에 없는 현재 상황에서는 효과가 높든 낮든 우선 있는 것부터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이미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변이가 출현했다. 화이자 측은 "남아공 변이종에 효과가 3분의 2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18일 교토통신에 따르면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를 확인됐다. 아사히신문은 "감염력이 강해지는 성질은 없으나 ‘면역 회피’ 성질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감염 혹은 백신으로 얻은 면역의 일부가 충분히 작용하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강조한다. 정기석 교수는 "여전히 백신이 최고의 승부수”라며 "특히 인구 밀도가 높은 한국은 국민 상당수가 백신을 맞지 않으면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진한 가톨릭의대 백신바이오연구소장은 "사람에게 면역이 생기면 바이러스도 당연히 살아남으려고 변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반복적으로 변이가 발생하면서 힘도 약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률 60%를 달성하면 의학적으로 변이 때문에 걱정할 일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김창우·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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