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국인 85% 백신 접종 동의, 모유 수유 엄마 “부작용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724호 10면

코로나 백신 - 접종 순조로운 영국

지난해 12월 17일 한 영국인이 자신의 차량 안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영국은 오는 21일까지 인구의 21%인 1400만 명으로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17일 한 영국인이 자신의 차량 안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영국은 오는 21일까지 인구의 21%인 1400만 명으로 대상으로 1차 접종을 마칠 계획이다. [AFP=연합뉴스]

영국 여성 홀리(Holly·30)는 9개월 전에 아이를 낳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때였다. 지난 아홉 달의 출산휴가 동안 간호사인 홀리는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아들 조지(George)를 키웠다. 출산휴가를 마치고 직장 복귀 준비를 하고 있던 그는 지난주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했다. 의료 종사자로서 홀리는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영국 국립보건서비스(NHS)로부터 백신을 맞을 자격이 있다는 e메일을 받았고, 백신 접종 시간은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400만 명 확진, 약 12만 명 사망 #미국과 달리 대부분 백신에 긍정적 #9개 그룹으로 나눠 별 탈 없이 진행 #60대 당뇨병 환자 “기꺼이 맞겠다”

병원에 도착하자 아직 모유 수유 중이기 때문에 의사와 면담을 먼저 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홀리는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고 아기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후 접종실로 들어갔다. 백신 접종을 마친 후 15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2차 접종 예약도 잡았다. 그는 1차 접종 후 조금 아픈 것 말고 딱히 부작용을 느끼지 못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는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사실 그가 갔던 병원에서는 모두가 백신 접종을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접종 후 그가 만난 모든 사람 역시 결과에 기대가 컸다.

현재 영국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가정은 한 곳도 없을 것이다. 400만 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12만 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 대부분의 영국인은 백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기회가 있다면, 두 번 망설일 필요 없이 무조건 맞는다는 생각이다.

국경 통제·자가격리 못해 코로나 확산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홀리와 그가 9개월 전 낳은 아들 조지. [사진 짐 불리]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홀리와 그가 9개월 전 낳은 아들 조지. [사진 짐 불리]

영국에서는 지난해 12월 8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광범위한 접종을 시작한 나라가 됐다. 지난 두 달여간 백신 접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지난 1일 현재 1000만 도스가 넘게 투여됐다. 이미 50만 명이 2차 접종을 진행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우선 접종 그룹 9개를 선정했다. 요양원 거주자 및 직원이 첫 번째 그룹이며, 50세 이상은 아홉 번째 그룹에 속한다. 오는 21일까지 상위 4개 그룹의 모든 사람, 즉 75세 이상, 요양원 직원, 일선 보건 및 사회복지사들, 그리고 심각한 위험에 처한 것으로 간주되는 모든 사람에게 예방접종을 마치는 게 목표다. 영국 인구의 21%인 약 1400만 명이 대상자다.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에이드리언. [사진 짐 불리]

백신 접종을 기다리는 에이드리언. [사진 짐 불리]

영국은 백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존스홉킨스대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가진 나라 중 하나다. 인구 10만 명당 159.09명이 사망했으며 2.8%의 사망률을 보였다. 반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75명의 사망자와 1.8%의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영국에 퍼지기 시작한 2020년 1월 31일 이후 1년이 넘게 지났는데 돌이켜보면 아주 높은 감염률과 사망률의 원인이 된 몇 가지 분명한 요인들이 있다.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에도 영국은 건강한 나라가 아니었다. 2018년 영국 국민의 28%가 비만이었다. 그 25년 전 14% 미만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제2형 당뇨병 환자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초까지 영국인 390만 명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비만과 당뇨 모두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이며, 둘 다 회복을 훨씬 더 어렵게 만드는 호흡기 증상을 동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뇨병 환자인 60세의 에이드리언(Adrian)은 아직 백신을 맞을 차례가 되지 않았다. 당뇨병 환자는 9개 우선순위 그룹 중 6번째에 속하기 때문에, 에이드리언은 여전히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백신 접종의 차례가 오기만 한다면 그는 한치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에이드리언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집을 떠나지 않았다. 자녀나 손자 손녀를 못 본 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언제까지 이 격리 생활이 지속될지 그 끝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학교에서 수업을 한 교사 앤. [사진 짐 불리]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도 학교에서 수업을 한 교사 앤. [사진 짐 불리]

영국도 노인 인구가 많으며 요양원에서 노인이 함께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에서는 나이 든 가족이 자녀와 가족의 집에 함께 사는 것이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영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노인은 자신의 집에서 계속 살거나 돌봄시설로 간다.

요양원의 영향은 매우 분명하다. 영국 요양원에서 지금까지 2만6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으며, 그 대다수가 1차 대유행 동안 사망했다. 지난해 5월 말까지 요양원 거주자 중 1만6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영국은 지난해 3월 말 처음 봉쇄에 들어갔는데, 이때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너무 많고 확산이 너무 광범위해서 통제할 수 없었다. 정부의 지시 사항이 혼란스러웠고, 정부 고위 관리들마저 봉쇄 규정을 어긴 것이 적발돼 혼란을 가중시키고 규제를 약화시켰다. 몇 달 동안 국경 통제는 거의 없었다. 영국은 섬이기 때문에 뉴질랜드처럼 통제가 쉬운 환경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국경 통제는 너무 늦게 이뤄졌다.

건보 덕분에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

사람들도 자가격리 등의 조치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킹스칼리지런던이 지난해 여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증상이 있다고 보고된 영국 인구의 18%만이 실제로 자가 격리를 이행했다. 교사인 앤(Ann)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동안 내내 학교에서 수업을 했다. 그가 일하는 학교는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지역에 있는데, 그 지역 학부모들은 학교가 닫혀 있어도 아이들을 계속 등교시켰다. 학부모 중 일부는 본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는데도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그들은 아이들을 돌볼 관심이나 여유가 없었다. 앤은 매일 그렇게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그 상황을 피할 수가 없었다.

영국은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백신 접종 절차는 잘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영국의 NHS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영국에서 의료는 국민의 기본권이며, 국민건강보험에 의해 모든 시민에게 완전 무상으로 제공된다. 국민건강보험은 무료고, 평등하며, 공정하다.

영국 우선 접종 그룹

영국 우선 접종 그룹

하지만 과거 정부들은 NHS의 자금과 인력 부족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영국은 초기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코로나19 백신은 영국 국민 모두에게 무료로 접종된다. 백신 접종 시스템도 이미 갖춰져 있다. 국민 중 누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그 과정까지도 관리할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하고 자금도 적지만 국민건강보험의 존재 때문에 백신 접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별도의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

국민이 백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도 백신 접종이 순조로운 이유다. 미국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백신 접종 반대 운동이 일어나고 있지만, 영국에서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9월 세계경제포럼(WEF)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영국인의 52%가 ‘코로나19 백신을 가능하다면 바로 접종하겠다’고 강하게 동의했고, 33%는 다소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높고, 한국에 비하면 거의 두 배나 높다. 영국이 백신 접종에 대해 가장 높은 의지를 보인 3개국 중 하나인 반면 한국은 최하위권 국가에 속한다. 한국인의 27%만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에 대해 강하게 동의했고, 58%는 다소 동의했다.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보여 주는 백신 접종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백신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백신이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독감 예방접종이 잘못 보관됐다는 보도가 나온 후 저온 유통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공유되고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 영국의 코로나 19 상황이 한국보다 훨씬 더 나빠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 접종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영국은 통제하기 어려운 코로나19의 엄청난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매일 60만 명의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영국과 비교하면 수치적으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백신 접종은 여전히 자기 자신과 다른 모든 사람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번역: 유진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짐 불리(Jim Bulley)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때 영국 지역 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한국에 왔고 현재 코리아중앙데일리 경제·스포츠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KBS월드, TBS(교통방송), 아리랑TV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진행자 및 패널로 출연 중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