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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만능 아니지만 가장 효과적 수단…중증화 막고 바이러스 전파력 감소시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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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09면

코로나 백신 

지난 16일 감염병 전담 병원 간호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교육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16일 감염병 전담 병원 간호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교육을 받고 있다. [뉴스1]

오는 26일부터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다.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다. 당국은 당초 연령 구분 없이 접종하려던 계획을 고령층에 대해서는 2분기로 미뤘다.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신중히 결정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갑작스러운 당국의 결정에 백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이 국내 도입되면 접종받을 것인지 물은 결과 71%가 ‘접종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접종 의향이 없다’는 19%, 의견 유보도 10%였다. 국민 10명 중 3명 정도는 여전히 백신 접종에 대한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 중 ‘백신 부작용이 걱정된다’는 답변이 71%, ‘걱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26%였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변이 바이러스 대응하기 위해 #다양화보다 선택과 집중 필요 #조기에 접종하는 게 가장 중요 #국방 자주화처럼 국산 개발해야

백신 논란에 대해 정재훈(사진)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고령층에 대한) 접종 연기를 결정했지만,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백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이어 “백신이 만능은 아닐 수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백신 접종 시기를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는데.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노바백스 등 국내에 도입될 백신은 5가지다. 이 백신들은 임상 3상 시험절차 과정에서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특히 최근 정부의 고령층 접종 연기로 논란이 된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영국에선 150만 명에게 실제 접종이 됐는데 주목할 만한 이상 반응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종 연기를 결정한 정부의 방침이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는 불안감을 준 측면이 없지 않아 아쉽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신을 맞지 않거나 최대한 늦추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백신이 만능을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가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사회 복귀를 하기 위한 수단은 지금으로써는 백신밖에 없다. 백신 효과는 코로나19 감염 자체를 막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 감염되더라도 중증화로 진행을 막고 바이러스 전파능력을 감소시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에도 감염을 막는 효과는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나머지 효과는 검증된 것으로 봐야 한다. 우리나라 사망자 80% 이상이 고령자에서 발생하는데 가장 먼저 도입되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막는 데 그 목적이 큰 만큼 이런 특성을 살렸어야 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을 위한 용도가 큰데도 접종을 늦추기로 한 것은 아쉽다. 3~4월 사이에 올 4차 대유행에 대비해야 하는데 자칫 고령자 보호 없이 유행을 맞을 수 있어 염려된다.”
특히 모더나나 화이자처럼 효능이 더 뛰어난 백신을 선택해 맞을 수 없느냐는 사람도 많더라.
“90%가 넘는 효과를 보인 화이자나 모더나를 일반인들이 더 선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핸드폰도 중저가 모델보다는 좀 더 비싸고 성능이 좋은 플래그쉽이 더 많이 팔리지 않나. 가급적이면 조금이라도 효과가 좋은 백신을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 맞지만 백신 수급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 어차피 화이자를 맞았더라도 변이바이러스 때문에 한 차례 더 백신 접종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처음 맞는 백신으로 끝이 아니다. 백신의 종류보다는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조기에 접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변이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변이바이러스 때문에 1차 접종을 완료하는 11월 이후, 내년 초까지 업데이트된 백신 접종을 한 번 더 맞아야 할 것으로 본다. 백신 도입 초기에는 다양한 백신을 구입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변이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백신의 다양화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백신 업데이트가 용이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전제품을 한 가지 브랜드로 통일하면 나중에 AS를 받을 때 더 편리한 것과 비슷하다.”
백신 도입 물량은 충분한 것 같은데 문제는 접종 시기 아닌가.
“정부는 11월까지 접종률 7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료 시점은 지금으로 봐서는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제 시작해 충분한 정도의 접종이 가능 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특히 중증 사망자가 많은 고령자 접종이 빠를수록 좋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동안 강도 높게 해 왔는데 언제까지나 그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접종 시기가 빠른 영국 등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접종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일부에선 백신이 도입돼도 의료진 부족 문제 등 접종 능력을 걱정한다.
“접종 인프라에 대해서는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독감 예방접종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처럼 전 국가적으로 예방접종이 잘 이루어지는 나라는 많지 않다. 국토가 좁고 의료시설이 꽤 많을 뿐 아니라 의료시설 생산성도 우리는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를 쓰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행정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특히 앞으로 도입될 백신인 노바백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독감예방 접종과 플랫폼 자체가 유사한 노바백스는 기존의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접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병·의원에서 접종 가능할 것으로 본다.”
치료제는 나왔지만 국산 백신 소식은 아직인데.
“우리나라의 감염병 대응 기술은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다. 특히 백신은 더 소외된 영역이었다. 국산 백신은 늦더라도 꼭 개발은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백신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국방 물자의 성격을 갖고 있다. 국방 자주화가 중요하듯이 백신 자주화도 이뤄야 한다.”

고성표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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