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전세 4.7%P 늘었다, 세입자 부담 키운 새임대차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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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는 이른바 ‘반전세’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4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는 이른바 ‘반전세’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4일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증권사에 다니는 김모(48) 씨는 지난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아파트를 ‘반전세’로 계약했다. 현재 전세로 사는 아파트의 집주인이 전세 계약이 끝나는 대로 자신이 직접 들어와 살겠다고 통보해 인근에 새 전셋집을 구하려 했지만 전셋값이 너무 올라 반전세를 얻은 것이다. 김 씨는 “월급쟁이 입장에서 매달 100만원의 월세를 내야 하는 게 부담스럽지만 아이들 학교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없어 고심 끝에 반전세로 돌렸다”고 말했다.

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적용 #보증금 인상분 일부 월세로 전환 #서초 35%→50% 송파 26%→44%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씨의 경우처럼 오른 보증금을 대지 못하는 임차인들이 반전세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었고, 보유세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셋값 인상분의 일부를 월세로 돌린 경우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반전세의 임대료도 올라 세입자의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등의 내용을 담은 새 임대차법이 전격 시행된 지난해 7월 31일부터 올 1월까지 이뤄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7만56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전세’로 불리는 ‘보증금+월세’ 거래는 2만4909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2.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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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 6개월(작년 2∼7월)간의 반전세 비율이 28.2%였던 것과 비교하면 4.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반전세에는 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 치 이하)와 준월세(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 치), 준전세(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 치 초과)가 포함된다.

이런 현상은 서울 전역에서 나타났다. 서초구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35% 안팎을 기록하던 반전세 비율이 지난해 11월 50.5%로 올라갔고 12월에도 43.2%를 기록했다. 송파구도 지난해 5∼7월 25∼27% 수준이었던 반전세 비율이 8월 45.7%로 뛰었고 11월에는 44.3%를 기록했다.

반전세 임대료도 뛰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이었던 반전세 시세가 올 1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으로 올랐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박석고개(힐스테이트1단지) 59.85㎡ 반전세 시세는 지난해 5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80만원에서 지난달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으로 뛰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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