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닮주' 정의윤, "제 이름 기억하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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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연습하는 SK 와이번스 정의윤. [사진 SK 와이번스]

2일 서귀포 강창학야구장에서 연습하는 SK 와이번스 정의윤. [사진 SK 와이번스]

"제 이름 기억하시게 만들고 싶죠." '구닮주(구단주 닮은 꼴)'이란 별명을 얻은 SK 와이번스 외야수 정의윤(35)이 색다른 각오를 밝혔다.

새 구단주 정용진 부회장 닮았다고 생긴 별명

프로야구 SK와이번스는 지난달 신세계 그룹 이마트로의 매각이 결정됐다. 베테랑 정의윤은 덕분에 '구닮주'란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지금은 KIA 타이거즈로 이적한 김태진이 NC 다이노스 시절 구단주 김택진 회장 이름이 비슷하다고 '구다주'란 별명을 얻은 것과 비슷하다.

정의윤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예상치 못한 인수 관련 뉴스를 접한 뒤 매우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많은 분이 새 구단주와 닮았다고 이야기해주시더라. 모쪼록 신세계그룹과 정용진 부회장이 구단에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팔로우할까 생각도 했는데, 안 받아주시면 어쩌나 했다"며 "선수들이 잘해서 구단주에게 좋은 성적을 선물하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정의윤은 이번 겨울이 더 추웠다. 팀은 9위로 추락했고, 정의윤 자신도 역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2015년 LG 트윈스에서 SK로 이적한 뒤 매년 두자릿수 홈런(연평균 16개)을 쳤는데, 지난해엔 1개에 그쳤다. 타석수(203개)도 가장 적었고 타율(0.241)도 최저였다.

정의윤은 "SK에 온 뒤 하위권에 머문 게 처음이었다. 선수들도 힘들었다. 개인 성적도 안 좋았다. 많이 힘든 시즌이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이번 겨울엔 가족여행이나 휴식보다는 운동에 포커스를 맞췄다. 소셜미디어엔 딸 재인(4)의 사진이 절반일 정도로 딸바보인 그가 스스로 "나쁜 아빠, 나쁜 가장이었다"고 할 정도다. 정의윤은 "그래도 내가 야구를 잘해야 우리 가족이 행복하다. 야구를 잘 해서 진짜 바보가 되지 않겠다"고 했다.

그저 하는 말은 아니다. 아침 훈련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게 정의윤이란 소문이 났을 정도다. 정의윤은 "어린 선수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20대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사실 캠프 때마다 많이 했다. 할 게 많다. 시간이 부족하다. 경험이 쌓이면 야구가 쉬워질 줄 알았는데 더 어렵다"고 했다. "더 떨어질 곳도 없다. 새로운 팀으로 출발하니 올라가야 한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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