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 광우병 감염 환자 사망

중앙일보

입력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에 걸린 사람이 헌혈한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가 수 년 뒤 인간 광우병에 걸려 사망한 사례가 발생했다고 영국 보건부가 17일 밝혔다.

존 리드 보건부 장관은 이날 의회 보고를 통해 혈액을 제공한 사람은 1996년 3월 헌혈 당시에는 인간 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증세를 보이지 않았으나 3년 뒤 병이 진행돼 사망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혈액을 수혈받은 환자는 수혈 후 6년 반이 지난 뒤인 올해 가을 숨졌으며 부검 결과, 광우병 소와 비슷하게 뇌에 스펀지처럼 공포(空胞)가 형성되는 vCJD에 걸린 사실이 확인됐다.

리드 장관은 이는 vCJD가 수혈을 통해 전염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이지만 수혈이 감염경로라는 확증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혈받은 환자 역시 광우병에 걸린 소의 고기 등을 먹고 vCJD에 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영국에서는 1996년 광우병에 걸린 고기를 섭취함으로써 인간에게도 광우병과 유사한 vCJD가 발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래 120명이 vCJD로 사망했으며 당국은 광우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18만마리의 소를 도살한 바 있다.

리드 장관은 의회 보고를 통해 "혈액 제공자가 3년 뒤, 수혈을 받은 환자가 6년 반 뒤 사망했다는 것은 vCJD의 잠복기를 감안해 볼 때 수혈이 감염경로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드 장관은 그러나 이는 단순한 가능성에 불과하며 전혀 입증된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사례가 단 한 건밖에 존재하지 않아 감염경로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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