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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화 중지 오리알이 '보신환?'…오리알 4000여개 팔다 붙잡힌 업자들

중앙일보

입력

머리·몸통 등 형태가 갖춰져 이미 부화가 진행된 오리알 4000여개를 시중에 판매·유통한 업자 4명이 형사입건됐다. ‘부화중지 오리알’은 부패 위험성이 높아 법으로 식용과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28일 지나면 태어나는 오리알, 16~17일째 판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현장에서 수거한 부화중지 오리알. 부화기에서 16~17일 지난 상태에서 꺼내 내부에선 부화가 일부 진행된 상태다. [서울시]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이 현장에서 수거한 부화중지 오리알. 부화기에서 16~17일 지난 상태에서 꺼내 내부에선 부화가 일부 진행된 상태다. [서울시]

19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따르면 전남에서 오리농원 부화장을 관리하는 A씨(31)는 오리알을 부화기에 넣어 16~17일이 지난 후 꺼내 유통업자 B씨(67)에게 팔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A씨는 전문적인 오리알 생산·유통업자가 아니었다. 그런데도 부화 수율을 조절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부화율 테스트' 과정에서 생산된 부화중지 오리알을 판매했다. 일반적으로 오리알은 부화기에서 28일이 지나면 태어나지만, 부화 과정에서 이를 멈춘 것이다.

'보신환' 수요 있어 유통…여름에도 승용차 보관

서울시가 수거한 부화중지 오리알의 모습. 일반적으로 부화기에서 28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서울시]

서울시가 수거한 부화중지 오리알의 모습. 일반적으로 부화기에서 28일이 지나면 부화한다. [서울시]

 부화중지 오리알이 판매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수요가 있다. 국내 일부 소비자들은 이를 '보신환', '곤계란'이라고 부르며 건강식으로 찾는다. 또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외국인들은 '발롯(BALUT)'이라는 이름으로 즐겨 찾기도 한다.

 유통업자 B씨는 이런 상황을 알고 A씨에게 거래를 제의했다고 서울시는 설명했다. B씨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는 경기도 이천(2개소), 광주(2개소), 충남 천안(1개소)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등 전통시장에 유통했다. B씨는 한여름에도 부패하기 쉬운 부화 중지란을 냉장차가 아닌 일반 화물트럭으로 구매해 자신의 승용차에 수일간 보관·유통했다.

경동시장서 노년층·외국인에 판매하다 덜미 

지난해 9월17일 서울 경동시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17일 서울 경동시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경동시장에서 꼬리가 잡혔다. 민생사법경찰단은 서울시내 재래시장에서 부화중지 오리알이 판매된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 잠복해 외국인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영업하던 소매업자 C씨를 적발했다. C씨는 간판 없이 식료품 등을 판매하다 노년층 일부가 부화중지 오리알 구매를 희망하자 B씨에게 제품을 구매해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시는 뒤이어 A씨와 B씨도 차례로 적발했다. B씨는 재작년 9월경 외국인 근로자들이 명절 연휴를 맞아 장기간 휴가에 들어간 것에 착안해 유통·판매를 시작했고, 지난해 11월경 민생사법경찰단에 적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적발 당시 부화중지 오리알을 개봉해 확인한 결과, 악취가 나는 등 변질해 있었고 이미 오리 형태가 생성된 제품이라는 점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시 강선섭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모든 종류의 부화중지란은 혐오식품으로 판매·유통이 금지된 데다 부패 가능성이 높아 시민건강에 위해 하다”며 “먹지 말아라”고 당부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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