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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암 환자 검진·치료 위태롭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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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전문의 칼럼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김태원 대한종양내과학회 이사장

“장 수술은 잘됐습니다. 그런데 간 전이가 좀 있어서 항암제 치료를 시작해야 합니다.” 대장암 수술 후 외래에 오신 환자분께 건넨 말이다. 환자는 지난해 초에 국가암검진을 하려고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검진을 미뤘다고 한다. 소화불량과 체중 감소가 있었고, 결국 대장 내시경에서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안타깝게 수술장에서 간 전이가 발견돼 장 폐색이 있는 대장암만 수술로 제거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암 환자들의 진료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실제로 매년 증가하던 암 환자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23만2777명으로 6270명(2.6%) 줄었다.

 검진이 늦어지면서 암이 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수도권과 강원도 소재 3개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6월까지 수술이 가능하지 않은 4기 폐암이 이전 3년간 같은 기간에 비해 12%나 늘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 방문이나 검진을 미뤘기 때문이다. 국가암검진을 받은 비율도 줄었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암 검진을 받는 사람이 평소보다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됐다.

 암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사망률이 낮아진다. 자궁경부암 검진은 자궁경부암에 의한 사망을 64% 줄이고 위 내시경과 유방암 검진은 위암과 유방암 사망률을 각각 49%, 18% 줄인다.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제때 받는 것도 중요하다. 두경부암에서는 방사선 치료가 늦어지면 사망 위험이 9% 올라간다. 대장암은 수술 후에 재발 방지를 위한 항암제 치료 시작이 늦춰지면 사망 위험이 13% 높아진다.

 겨울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 백신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19가 쉽게 물러날 것 같지 않다.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는 가급적 빨리, 그리고 국가암검진 대상자는 대상 기간에 검진받아야 한다. 검진 주기는 매 2년이다. 짝수 해 출생자는 짝수년이, 홀수 해 출생자는 홀수년이 암 검진 대상이다. 지난해 대상자 중 검진을 받지 못한 경우는 올해 6월까지 연장해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암과의 전쟁은 화재 진압과 비슷하다. 조기 진단을 못하고 암 꽁무니를 추적해서는 승리하기 어렵고 이기더라도 후유증이 크다. 로봇 수술, 양성자 치료, 면역항암제들이 도입됐지만 암 치료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전히 ‘조기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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