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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장은 드라이브 스루, 축가 대신 화면 속 ‘주먹악수’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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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운동장서 휴대전화로 지켜본 딸 졸업식 

# 지난 5일 오전 경북 포항시 영일고. 차량 한 대가 운동장에 들어서자 교사 한 명이 졸업장과 사진첩 등이 담긴 쇼핑백을 바삐 챙겼다. 차량 앞으로 다가간 교사는 차 안에 앉아있던 제자에게 쇼핑백을 건네며 “졸업을 축하한다”고 했다. 학교 측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막기 위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졸업식이다. 이날 오전 온라인 졸업식을 치른 학생들은 오후 1시부터 학급별로 30분 간격을 두고 학교를 찾아가 졸업장을 받아갔다.

방역지침 때문에 졸업식 노래도 못 불러 #간소화된 대신 특별한 선물로 아쉬움 달래

# 지난 7일 오전 졸업식이 열린 대구 효성여고 운동장. 학부모들이 차를 타고 들어온 뒤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졸업식 영상을 들여다봤다. 코로나19 때문에 졸업식이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학부모들의 참석이 불가능해져서다. 부모들은 이날 운동장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며 온라인으로 중계되는 졸업식 영상을 지켜봤다. 학교 관계자는 “졸업식은 꼭 봐야겠다는 학부모들이 계셔서 운동장에서 영상으로나마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졸업식을 취소한 경북 포항시 남구 영일고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승용차를 타고 온 제자에게 졸업장을 건네고 있다. 뉴스1

지난 5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 장기화로 졸업식을 취소한 경북 포항시 남구 영일고등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승용차를 타고 온 제자에게 졸업장을 건네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부모님의 축하와 격려 속에 스승과 제자가 석별의 정을 나누던 졸업식의 추억을 앗아갔다. 학부모는 졸업식이 열리는 학교에 발도 들이지 못했고, 선생님들은 뛰어가 차량 속 제자들에게 졸업장을 건넸다.

“잔소리만 늘었는데 졸업식마저…”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초등학교에서 열린 '비대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졸업식 영상이 촬영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4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가초등학교에서 열린 '비대면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졸업식 영상이 촬영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4일 광주광역시 신가초에서는 이른바 ‘작은 졸업식’이 열렸다. 부모님과 재학생 없이 16명의 6학년 학생들만 참석해 졸업식을 했다. 당초 신가초 학생과 교사들은 올해만큼은 전교생이 모두 모인 가운데 졸업식을 열고 싶었다고 한다. 학교 인근의 재개발 사업 때문에 현재 건물이 철거돼 4년 동안 휴교한 뒤 다시 학교 문을 열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방역지침 때문에 강당이 아닌 교실에서 재학생 후배들의 응원이 담긴 영상을 시청했다. 방역지침상 졸업식 노래나 교가 등은 부르지 못했다. 이날 주먹악수로 반가움을 표시한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 전 소풍 등을 다녀온 사진 등을 가리키며 “아, 마스크를 쓰지 않았던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최양혁 신가초 교사는 “지난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방역지침을 지키라’는 잔소리를 해왔는데 졸업식마저 조촐해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 시간도 못 넘긴 채 끝난 졸업식

지난 13일 강원도 양구 한전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졸업생 4명과 교직원만 참석한 작은 졸업식이 열렸다. 사진 한전초

지난 13일 강원도 양구 한전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졸업생 4명과 교직원만 참석한 작은 졸업식이 열렸다. 사진 한전초

 지난 12일 열린 대전 대덕고 졸업식은 30여분 만에 끝났다. 학부모들의 참석을 제한한 채 교장 인사말, 시상식, 졸업생 답사, 재학생 송사 등만 진행했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은 졸업식 전과 후에 학교에 가서 기념촬영을 하면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강원도 양구 한전초는 지역 특산품인 ‘백자’로 만든 졸업장을 학생들에게 전달했다. 뜻깊은 선물을 줌으로써 코로나19로 간소화된 졸업식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다. 백자 앞쪽에는 졸업장이 새겨졌고 뒤쪽에는 졸업생에게 전하는 응원과 격려의 말이 담겼다,

아쉬운 만큼 뜻깊은 선물과 영상도

지난 13일 울산 남구 월평초등학교 '비대면 졸업식'이 열린 대신 졸업생들에게 전달된 '희망 다이어리'. [사진 월평초]

지난 13일 울산 남구 월평초등학교 '비대면 졸업식'이 열린 대신 졸업생들에게 전달된 '희망 다이어리'. [사진 월평초]

 부산 양운중은 지난 11일 졸업식에서 졸업생 199명의 고교 생활 3년을 담은 20분 분량의 영상을 상영했다. 밴드부는 매년 12월에 열리던 학예회가 취소된 대신 공연 영상을 녹화해 졸업식 날 전달했다.

 울산 월평초는 교장이 직접 응원의 메시지를 쓴 ‘희망 다이어리’를 졸업생들에게 줬다. 정덕임 월평초 교장은 "졸업생 30명만 참석하는 졸업식을 아쉬워하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대전·양구·부산·대구·울산·광주광역시=김방현·박진호·이은지·김정석·백경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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