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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쿠키''어묵 빌런''담배 치킨'…기업들 '알바 리스크’ 비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VIP 라운지 직원들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장면과 백화점 측 사과문. SNS 캡처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VIP 라운지 직원들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장면과 백화점 측 사과문. SNS 캡처

"맨발에 올렸다가 바닥에 떨어진 쿠키를 서비스로 받는다고 생각하니 어이가 없다."

경기 수원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VIP 라운지 '알바생'들의 생중계를 본 네티즌의 반응이다. 이 백화점에서 근무하던 용역업체 파견 직원 2명은 고객에게 제공되는 과자를 발등에 쌓아 올리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생중계했다.

'선을 넘은' 이들 직원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확산하자 갤러리아백화점 측은 "일부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과 운영 관리 부재로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며 "해당 직원들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고, 라운지 운영은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의 개인 일탈인 측면도 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일본서도 논란된 '바이토 테러'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의 한 치킨점 20대 남성 직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이들은 사진을 올리면서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만드는 깨끗한 치킨 ^^'이라고 썼다. 페이스북 캡처

2015년 8월 경기도 파주의 한 치킨점 20대 남성 직원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이들은 사진을 올리면서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고 만드는 깨끗한 치킨 ^^'이라고 썼다. 페이스북 캡처

기업체의 단기·임시 고용자가 SNS에 올린 영상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를 '바이토 테러'라고 부를 정도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바이토 테러는 '아루바이토'(아르바이트의 일본어 표기)와 '테러'(Terror)를 합친 말이다. 알바생이 판매용 상품을 갖고 장난치거나 훼손하는 일탈적인 영상을 SNS에 올려 결과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를 보고 화가 난 고객이 불매운동을 벌이면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니 기업 입장에선 테러나 마찬가지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경기 파주의 한 치킨집에서 있었던 '담배 치킨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이곳에서 일하던 20대 남성 2명은 담배를 입에 문 채 치킨을 만드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순식간에 사진이 퍼지면서 관할 시청에 민원이 빗발쳤고 본사에도 항의가 이어졌다. 게시자는 "장난이었는데 일이 커질 줄 몰랐다"며 사과 영상을 올렸지만, 이 지점은 문을 연 지 1년도 안 돼 폐점했다.

지난해 1월에는 '어묵 빌런(Villain·악당)' 사건이 온라인을 달궜다. 한 편의점 알바생이 쓴 '편의점 어묵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는 사타구니에 넣었다 뺀 손을 육수에 담그고 소변처럼 보이는 액체를 '비밀 육수'라고 소개한 사진이 첨부됐다. 이 알바생은 글을 올린 지 6시간 만에 "관심받고 싶어 쓴 글이며 사실이 아니다. 어묵은 본사 매뉴얼대로 제조됐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마스크 제조·판매인 A업체도 알바생의 장난으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마스크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매점매석이 빈번한 상황에서도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아 '착한 업체'로 주목받았지만, 알바생의 치기 어린 행동으로 한순간에 평판이 바닥에 떨어졌다. 당시 포장 작업을 하던 알바생은 머리망을 벗은 채 제품을 맨손으로 만지고 얼굴에 비비는 등 비위생적 행위를 하는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그는 "유명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과시하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했다.

근무기간 짧을수록 'SNS 일탈' 위험 

지난해 1월 '소변 어묵' 논란을 일으킨 편의점 알바생.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1월 '소변 어묵' 논란을 일으킨 편의점 알바생.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바이토 테러는 일손 부족으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 근무 기간이 더욱 짧아진 임시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늘고 있다. 상대적으로 책임 의식이 옅은 이들의 일탈이나 장난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임시 고용직들이 일탈 행위를 SNS에 올리는 것이 일종의 보상심리와 관심·인정 욕구와도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 교수는 "단기·임시 고용자는 감정 노동자, 서비스직, 을의 위치다.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스트레스를 매우 많이 받는다"면서 "접근성이 용이한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장난삼아 올려 얻는 관심으로 이른바 ‘관종 본능’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시직 등에게도 교육을 강화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NS 매뉴얼 등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등 맞춤형 예방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소셜미디어 시대의 위기관리』의 저자이자 위기관리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정용민 대표는 "이미 기업엔 SNS 가이드가 있지만, 정규직이 아닌 알바생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알바생일수록 개인 SNS 활동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정보를 유출하는 행위 등을 엄격히 금한다는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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