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원 장악하나…조지아 결선 1석 확보, 1석도 유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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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민주당이 대선 승리에 이어 상원까지 장악할 가능성이 커졌다. 5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상원의원 2석을 놓고 벌어진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이 1석을 확보했고, 다른 1석도 승리가 유력하다고 AP통신·뉴욕타임스(NYT)·CNN이 보도했다. 민주당이 2석을 모두 가지면 12년 만에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이 경우 오는 20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 운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NYT “민주 후보 이길 확률 95%” #상원 현재 민주당 48, 공화당 50 #2석 이기면 바이든 국정운영 탄력

미국 언론은 조지아주 선거 당국의 개표 결과를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민주당 소속 라파엘 워녹 후보가 현직인 공화당 켈리 레플러 의원을 누르고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또 민주당 존 오소프 후보와 공화당 데이비드 퍼듀 의원 간 대결에서는 오소프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98% 개표 상황에서 워녹 후보는 득표율 50.6%로 레플러 의원(49.4%)에 1.2%포인트 차이로 앞서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개신교 목사인 워녹 후보는 조지아주 첫 흑인 상원의원이 된다. 기자 출신인 오소프 후보는 득표율 50.15%로 퍼듀 의원(49.85%)을 앞서고 있다. NYT는 “오소프가 이길 확률은 95% 이상”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이 2석을 모두 이기면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50대 50으로 동률이 되지만, 상원의장을 겸하는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 민주당이 상원을 이끌 수 있다. 지난 11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50석,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이 48석을 차지했다. 가장 최근에 백악관과 상·하원을 한 정당이 장악한 경우는 2009년 오바마 대통령 1기 때였다.

상원은 입법뿐 아니라 고위 관료 인준과 예산 심의 등 인사와 돈줄을 쥐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을 장악하면 바이든 행정부가 공약한 정책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화당이 제동을 걸어 온 소득세와 법인세, 최저임금 인상 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긴급 구제 예산 규모를 큰 폭으로 늘리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 경기 부양책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조지아주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패배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하고 있다. 레플러 의원은 선거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에서 연 마지막 지원 유세에서 무대에 올라 “1월 6일 나는 (의회로 가서)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에 반대하겠다”라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저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낙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두 차례 재검토를 요구하고, 각종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했다. 조지아주 국무장관에게 “잃어버린 내 표를 찾아오라”며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고 압박하는 통화 녹취록이 선거 이틀 전 공개된 것도 타격을 입혔다. 선거가 조작됐다는 근거 없는 주장이 역설적으로 공화당 유권자들의 투표 불참을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왔다.

민주당이 상원 2석을 확보하면 6일 대통령 당선 확정을 발표하는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의원들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민주당 하원 의석수가 기존보다 10석이나 줄고, 상원도 사실상 동률이어서 일방적 독주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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