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하락, 장기 상승”
코스피 3000시대 주가의 향방에 대한 전문가 전망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주가 상승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당장은 조정이 이뤄질 수 있지만 시중에 풀린 돈이 갈 곳이 주식시장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정보기술(IT)·플랫폼 경제 등으로의 산업 구조 변화가 이어지고, 코로나19 극복으로 인한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증시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이들의 목소리 대로면 꿈의 숫자로 여겨졌던 코스피 3000이 결승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증시가 몸집과 맷집을 키워가며 3000선에 안착한 뒤 3200(하나금융투자)~3300선(신한금융투자)까지 치고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거침없는 코스피의 진격이 가파르다는 데 센터장은 한목소리를 냈다. 코스피가 6일 3000을 찍은 뒤 8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처럼 일시적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나오는 지점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향후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개선되겠지만, 그 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지금부터는 상승 기울기가 완만해지고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는 만큼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 조정과 출렁임에도 장기적으로는 상승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리서치센터장들의 예상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오르는 이유를 산업구조의 변화에서 찾았다. 이 센터장은 “지금의 상승세는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술이 보급되는 중에 나타나는 추세적 상승”이라며 “2000년대 초반 IT 버블과 중국 경제 성장 등으로 세계 경제가 변화할 때와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IT·인터넷·AI 등을 통한 초연결사회와 데이터 혁명이 이어지며 상승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의 기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31.4%의 성장률을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올해 기저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다”며 “세계 경제가 좀 회복 기조로 돌아선다면 수출 주도의 한국 경제 역시 좋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증시를 끌고 나갈 유망 종목으로 센터장들이 꼽은 것은 IT, 바이오, 반도체, 전기차 등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수출 위주의 전통 제조업이 아니라 IT나 인터넷 플랫폼·바이오 기업 등이 시총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제는 돈을 버는 공식이 달라지고 있어 이들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2차전지나 수소전지 같은 차세대 에너지 분야에 장이 흔들릴 때마다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언택트나 4차산업혁명 관련 플랫폼 분야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곳에 집중해야 하지만 전통의 강자들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코스피 대장주로 '8만 전자' 대열에 합류한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증권사들은 일제히 상향조정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예상 주가를 11만1000원까지 높여 잡았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는 지난해 대비 올해 경기 회복이 두드러질 것”이라며 “화학·철강 등 기존 산업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하는 회사들. LG화학이나 SK이노베이션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렬 센터장도 “전장사업에 진출하는 LG전자, 기업명 변경을 검토하며 모빌리티 분야로 확장하는 기아차 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단기적인 변수들에는 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코로나19 회복세가 더디거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 북한 관련 지정학적 변화 등이 있을 수 있다”며 “이외에도 상반기에 있을 금리 상승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홍지유·윤상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