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제동 걸렸지만, 이낙연 ‘통합’ 브랜드 밀어붙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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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2기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석자들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미래연석회의 2기 출범식에서 온라인 참석자들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4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사면”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최고위원 대부분이 관련 언급을 피했다. 앞서 이 대표는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전날(3일) 민주당 최고위는 “국민의 공감대와 당사자들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국난 극복 위해 힘 모아야” #14일께 대통령에 사면 건의 거론돼 #당 “조만간 사면 찬반 여론조사”

자신이 깃발을 든 사면론에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이 대표는 여전히 ‘통합’을 자신의 브랜드로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한다.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확인된 뒤 3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그는 “사면과 관련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 국난을 극복하려면 둘로 갈린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권자의 표로 심판받는 정치의 세계에서 ‘통합론’은 중도표 확장 전략과 맥이 닿아 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다 3위까지 추락한 그의 사면론은 대선주자로서의 승부수로 볼 수 있다. 다만 예민한 이슈인 사면론을 한번 내뱉은 이상 이를 주워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미 정치권에선 “사면이 불발될 경우 여당 내 유력후보 한 명의 이름을 지울 수 있다”(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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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발 사면론의 운명을 가를 변수로는 우선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가 꼽힌다.

사면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그래서 “사면에 대한 문 대통령의 결정이 후계자 구도를 좌우하게 됐다”(여권 관계자)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라고만 했을 뿐 사면 건의의 구체적 일정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사면 건의 시점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종심 선고가 예정된 14일 직후가 거론된다.

민주당 지지층을 포함한 국민 여론도 변수다. 현재 민주당내 여론은 “현 정부서 꼭 해야 한다는 법이 어디 있나”(수도권 재선)가 다수지만 “임기 중 사면을 해야 한다면 올해 상반기가 맞다”(청와대 출신 초선)는 의견도 있다.

4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여론 지형이 중도표 확장이 필요한 국면으로 흐를지, 지지층 다지기가 더 중요할지도 중요하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전략통 의원은 “이미 당 최고위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 경청’을 최우선 조건으로 결론냈다”며 “조만간 사면 찬반 여론조사나 당 지지율 추이 등을 보며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민주당이 내건 ‘당사자 반성’이란 조건을 전직 대통령측이 수용하거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영수회담 등을 통해 사면을 강하게 촉구하면 이낙연발 사면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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