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S 윤석열, 전화면접 이재명 1등…전문가 "샤이 윤석열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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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 연합뉴스·뉴스1·뉴시스

차기 권력의 향배는 언제나 관심이다. 하물며 현직 대통령의 임기가 마무리단계에 들어서는 시점이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래서 유행하다시피 하는 게 대선 주자 지지율 여론조사다.

새해를 맞아 여론조사 업체들이 대선 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3강' 체제는 뚜렷하지만, 조사 업체에 따라 선두가 제각각이다. 어떤 조사에선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두로 약진하는 반면, 다른 조사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여유 있게 1위를 기록하기도 한다.

YTN-리얼미터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으로 1~2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 지지율은 30.4%를 기록, 처음으로 30% 선을 돌파했다. 2위인 이 지사(20.3%)를 10.1%포인트 앞섰고, 3위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5.0%)와는 더블스코어 차이였다.

5일 안팎의 시차를 두고 진행된 KBS-한국리서치의 12월 27~29일 조사(만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결과는 딴 판이었다. 이 지사 21.7%, 이 대표 16.9%였는데, 윤 총장 지지율은 이 지사에 7.9%포인트 뒤진 13.8%였다. SBS-입소스 조사(12월 28일~30일)에서도 이 지사 23.6%, 윤 총장 18.5%, 이 대표 16.7%로 이 지사가 선두였다.

이처럼 12월 27일~1월 2일 실시된 총 10개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지사는 7개 조사에서, 윤 총장은 3개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조사 방식따라 엇갈린 대선 여론조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사 방식따라 엇갈린 대선 여론조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조사 결과가 천차만별인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여론조사 방식 차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이 지사가 선두였던 7개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 방식이었고, 윤 총장이 1위인 3개 조사는 모두 자동응답(ARS) 방식이었다. 특히, 윤 총장 지지율이 30%를 넘은 YTN-리얼미터 조사는 100% ARS(유선 20%, 무선 80%) 방식이었고, 윤 총장이 3위로 처진 KBS-한국리서치 조사는 100% 무선 전화면접 방식이었다. 조사원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응답자를 직접 인터뷰하는 전화 면접과 달리, ARS는 자동 응답이라 조사원을 거칠 필요가 없다.

윤 총장이 유독 ARS 조사에서 강세를 보인 건 남들 앞에서 보수 성향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샤이(shy) 윤석열’ 지지층의 적극적인 응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사원을 거치지 않는 ARS 조사에서는 반(反) 문재인 성향의 응답자들이 대거 윤 총장 지지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화면접에선 보수층은 응답을 꺼리고, 여권 지지층과 중도 진보 성향 응답자들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ARS 조사라도 유선(집 전화)이냐 무선(휴대전화)이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분석도 있다.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이뤄진 12월 27~29일 데일리안-알앤써치 조사(만18세 이상 103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에서 윤 총장은 23.5%로 이 지사(21.2%)와 이 대표(19.3%)에 앞섰지만, 그 격차는 2.3%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유선 ARS가 20% 반영된 YTN-리얼미터 조사보다 격차(10.1%포인트)가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고령층 응답률이 높은 유선 조사가 보수 진영 후보에 유리한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가 대선 표심을 반영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조사 업체에 따라 응답자의 정치 성향, 설문 문항, 응답자 샘플링 등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민심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손국희·김준영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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