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익명 검사에 1170여명 몰려…'깜깜이' 확진자 7명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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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가 역학조사에도 드러나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찾으려고 시작한 익명검사가 성과를 내고 있다. 또 다른 n차(연쇄) 감염 사태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깜깜이 확진자’가 자발적 검사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검사로 지난달 28일과 30일 10명 찾아 #이중 7명이 기존 확진자와 접촉 확인 안돼 #“확진자와 동선 겹치면 보건소로 가달라”

광주 자발적 익명검사 1000건 넘어

지난달 27일 광주광역시청 야외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자발적 익명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7일 광주광역시청 야외 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 자발적 익명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4일간 광주시청 야외광장에 설치된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1171명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았다.

 광주시는 지난달 27일 오후 1시부터 광주시청 광장에 임시 선별검사소를 설치하고 기침·발열 등 의심증상이나 확진자 접촉 여부 등과 관계없이 무료로 익명검사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달 28일 낮 12시까지 설치 하루 동안 524명이 검사를 받았다.

 임시 선별검사소 검사에서 지난달 28일 감염자 6명을 찾았고 지난달 30일에는 4명이 확인됐다. 이 중 7명은 그동안 방역당국의 확진자 역학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감염 사례다.

자발적 검사로 깜깜이 확진 찾아

지난달 31일까지 4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청사교회에 시설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31일까지 41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청사교회에 시설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자발적 익명검사로 찾아낸 7명은 기침·발열 등 코로나19 의심증상이 있었지만, 기존 확진자와 접촉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광주지역은 지난달 19일 지역 내 감염사례로 분류된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10일 동안 205명이 잇달아 감염됐다.

 기존 확진자를 통한 코로나19 전파 사례를 보면 1명의 확진자부터 이어진 n차 감염으로 수십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집중된 에버그린요양원은 다른 요양병원과 사우나 등으로 번져 62명의 관련 확진자가 나왔고 광주청사교회도 4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방역당국은 7명의 정확한 감염원을 추적하고 있다.

“확진자와 동선 겹치면 관할 보건소로” 왜?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 북구 에버그린요양원에 출입통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기준 이곳 요양원에서 35명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31일 광주광역시 북구 에버그린요양원에 출입통제를 알리는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기준 이곳 요양원에서 35명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프리랜서 장정필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브리핑에서 “기존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거나 접촉자로 분류돼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를 받았다면 임시 선별검사소가 아닌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임시 선별검사소는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거나 증상이 없는 시민이 자발적으로 검사를 받기 때문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는 하지 않는다. 또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기초 역학조사를 하지만, 자발적 익명검사는 전화번호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어렵다고 광주시는 설명했다.

 지난달 28일과 30일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확진된 10명 중 3명이 기존 확진자와 연결고리가 확인됐는데 2명은 광주청사교회, 1명은 체육동호회 활동 이후 연쇄감염이 확인된 의사들과 관련됐다. 이 중 일부는 역학조사에서 기존 확진자와 접촉이 파악돼 방역당국이 관할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지만,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광주시 방역당국 관계자는 “확진자와 접촉이 있던 사람이 자발적 익명검사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되면 결과가 나오는 동안 역학조사가 미뤄지는 역효과가 나온다”며 “기존 확진자 동선과 관련 있거나 증상이 있다면 꼭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달라”고 했다.

광주광역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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