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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경제 팍팍 인심 줄어··· 국민 선의만 기댄 정책 실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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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77.6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랑의열매 '희망나눔캠페인'의 모금 실적을 나타낸다. 뉴스1

31일 서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77.6도를 가리키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은 사랑의열매 '희망나눔캠페인'의 모금 실적을 나타낸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국민의 마음도 감염시켰다. 예상하지 못한 경제 위기에 가계와 기업은 지갑을 닫았고, 여유는 찾아보기 어려운 미덕이 됐다. 연말마다 이어졌던 기부 열기도 여전히 차가운 상황이다. 내년은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얼어붙은 인심을 녹이기는 아직 부족하다.

어려운 주머니 사정에 국민 마음 닫혀

기부, 용돈 줄어든 2020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기부, 용돈 줄어든 2020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올해 가계는 여러 분야에서 씀씀이를 줄였지만, 특히 기부를 통한 지출의 감소가 뚜렷했다. 31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올 3분기 월평균 ‘비영리단체 이전지출’은 1년 전보다 11만원(10.4%) 감소했다. 비영리단체 이전지출은 사회·종교 기부금 등에 쓰는 돈을 말한다. 지난 2017년 1분기(-3.7%) 이후 매 분기 증가 흐름을 이어오다 올해 연이어 가라앉았다.

기부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척 간의 경제적 지원도 줄었다. 부모나 자녀, 친지와 주고받는 용돈, 생활비를 뜻하는 ‘가구간 이전지출’도 3분기 28.7%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로 역대 가장 큰 폭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올해 추석이 10월에 있어 3분기 지출에 포함되지 않았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로 가계의 경제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진행 중인 기부 행사의 열기도 예전만 못하다. 해마다 캠페인을 진행하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올해 모금 목표액을 4257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그러나 이날 현재 모금액은 목표의 77.6%에 그친 상황이다. 올해는 특히 개인 기부 참여자가 약 14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9만4200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선의에만 기댄 정책의 실패

14조 재난지원금, 기부는 1.95%.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4조 재난지원금, 기부는 1.95%.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경제 위기 속에서 정부는 국민의 ‘선의’를 기대했다. 지난 5월 전 국민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와 실업자를 돕는 데 기부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의 이어지는 기부 선언에 ‘관제 기부’ 논란도 불거졌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14조2357억원 중 기부금으로 모인 돈은 전체의 1.95% 수준인 2782억원에 그쳤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대다수의 국민에게 기부 결정은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을 덜기 위해 추진한 ‘착한 임대인’ 운동도 마찬가지였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임대료를 스스로 낮춘 건물주에게 인하액의 일부를 소득·법인세에서 공제하는 정책이다.

박지호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맘상모) 사무국장은 29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에 동참한 건물주는 정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거나 임차인과의 상생 필요성을 인식한 극소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신동근 민주당 의원도 “코로나 사태가 야기한 임대료 문제는 고통 분담과 재정 투입이란 원칙이 있어야 한다”며 “착한 임대인 정책 참여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건물주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 인하분 세액공제율을 기존 50%에서 70%로 올리고 기간을 6개월 연장했다.

내년은 나아질까

국민적 선의를 기대하기엔 아직 방역 상황에 긴장감이 엄중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5인 이상 모여야 하는 연탄 배달 봉사활동 등도 모두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백신 공급과 함께 경기가 회복하면서, 이웃을 향한 마음의 여유도 되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랑의열매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에 수해까지 입는 등 국민이 기부할 여력이 없었다”며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나아져서 기부 손길이 다시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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