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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통]정세균·김현미 "전세난 원인" 때렸다···'저금리'가 기가막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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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말 시행된 후, ‘전세 대란’을 넘어 이제 월세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를 담은 새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지난 7월 말 시행된 후, ‘전세 대란’을 넘어 이제 월세 시장마저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의 모습. 뉴스1.

저금리가 기가 막힐 지경이다. 정부가 최근 전세난의 원인으로 저금리 정책을 지목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물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최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김 장관은 "금리가 떨어지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이득이 줄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리 하락에 전셋값 어떻게 움직였나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른 것처럼, 금리가 하락하면 전셋값이 오를 수 있다.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전세난과 같은 구체적인 현상에는 구체적인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 전세가격지수는 임대차 2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을 시행한 지난 7월 말 이후부터 급등세를 연출했다. 임대차 2법 시행이 전세난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분석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세가격지수, 언제부터 올랐나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99.8로 전월대비 0.71% 상승했다. 전세가격지수의 상승곡선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임대차 2법을 시행한 7월 이후부터 가팔라졌다. 7월 상승률은 0.51%였고, 8월(0.68%)과 9월(0.81%) 상승 폭은 더 커졌다.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전후에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상승률은 0.1~0.4%대에서 움직였다. 최근 1년간 4차례의 금리 인하가 있었지만, 최근 3개월 지수 상승 폭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세가격지수는 2017년 11월 당시 가격을 100으로 삼아 가격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와 기준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와 기준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꾸준히 내리던 월세도 올랐다? 

일반적으로 월세는 금리가 하락하면 내리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높을 땐 임대인들이 전세로 목돈을 예금해 이자소득을 얻는 게 유리하다. 그러나 금리가 내리면 월세를 받는 편이 유리해진다. 월세 주택 공급이 늘면서 월세도 떨어지는 경향이 생긴다.

실제로 최근 1년간 금리 인하 국면에서 월세는 하락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이마저도 상승 반전했다. 꾸준히 내리던 월세가격지수도 임대차 2법 시행 직후인 지난 8월을 기점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달 월세가격지수는 97.9로 전월대비 0.03%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와 기준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국 아파트 월세가격지수와 기준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최근 전세난에 대한 원인을 잘못 분석하면 잘못된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지금처럼 저금리를 전세난의 원인으로 지목하면, 해법도 전세 대출 제한을 통한 수요 통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김현미 장관은 최근 "전세 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전세 대출 관리에 나서면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전세 대출 제한 조치가 시행되면 전세 대출자는 금리가 더 높은 신용대출 등으로 갈아타게 된다. 가계 주거비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은 물론 저소득 가구의 '전세 난민' 현상이 더 심화할 여지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존 임차인은 계약을 연장하고, 임대인은 실거주를 선택하면서 전세 공급이 줄어 전셋값도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이럴 때 전세 대출 억제 정책을 쓰면 임차인을 외곽으로 떠미는 등 서민 주거의 질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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