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1. 오프로드(Off-road) 정치의 시작…손잡이 꽉 잡자

이제부터 오프로드(Off-road)다. 일반적으로 도로는 포장이든 비포장이든, 닦여 있는 길이다. 오프로드는 이런 길이 아니다. 간혹 평지도 있지만, 언제 바위를 만나고 언제 진창에 처박힐지 모른다. 2일 국회 본회의가 통과시킨 두 법안은 우리 앞에 놓인 ‘오프로드 정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국회는 이태원특별법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킨지 한 시간여 만에 야당 단독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 발동을 시사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담 이후 사흘만이다.

어제 채상병 특검법 단독 처리는 오늘자 모든 종합일간지의 1면 머릿기사였다. 좌파, 우파 성향 매체들의 제목과 관점은 정확하게 엇갈렸다. 우파성향 매체들은 ‘채상병 특검법 강행 협치 하루만에 깼다’(국민일보)는 제목처럼 尹·李회담으로 조성된 협치 무드가 깨진 점에 초점을 맞춘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 제목까지 “‘채상병 특검’ 국회 통과,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로 맞춰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국민 다수가 채상병 특검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와 현재 공수처·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선(先)수사-후(後)특검’이라는 상식론이 맞서고 있다.

채상병 특검법은 이제 예정된 경로로 갈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21대 임기내 국회 재의결 시도→ 부결시 22대 국회 재발의의 수순을 모두 예상한다. 막상 예상할 수 없는 것은 우리 정치의 앞날이다. 이태원법 같은 협치는 가뭄에 콩나듯하는 대신 채상병 특검법같은 대치는 앞으로 무수히 반복될 것이다. 어쩌랴. 유권자들이 선택한 오프로드인 것을. 핸들을 잡은 대통령이나 야당 지도자들 모두 대화보다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 구도인 것을. 앞길은 울퉁 불퉁, 덜컹 덜컹거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안전벨트 조여 매고 손잡이 꽉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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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사|김정현·우태경·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