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통]홍남기가 “고용 증가로 돌아섰다” 말한 근거는?

중앙일보

입력

10월 취업자가 42만1000명 줄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온 지난 1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계절 조정된 취업자 수로 보면 한 달 만에 5만4000명 증가로 돌아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했다. 통계청은 8개월 연속 취업자가 줄었다는데 홍 부총리는 늘었다고 하니, 무슨 말이 맞는 걸까.

8개월 연속 감소 vs 한 달 만에 증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녹실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둘 다 틀리진 않았다. 실제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2만1000명 줄면서 8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750만9000명이었던 취업자는 올해 10월 2708만800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취업자가 8개월 내리 줄어든 건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1~8월 이후 가장 길다.

 취업자 수를 있는 그대로 세 보면 지난 8개월간 취업자가 작년보다 줄어든 게 맞다. 그러나 이 숫자에 ‘계절조정’이라는 작업을 하면 10월 취업자는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달 계절조정 취업자 수는 9월보다 5만4000명 늘었다.

계절조정이 뭐길래?

실제 취업자와 계절조정 취업자 수 증감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실제 취업자와 계절조정 취업자 수 증감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고용시장은 계절을 탄다. 통상 겨울철 일자리가 감소하고 여름철에 증가한다. 농한기에 농림어업 취업자가 줄고 건설업 등에서도 일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10월 통계는 작년 10월과 비교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가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정도에 따라 경기도 함께 휘청이기 때문에 직전 달과의 차이를 보는 단기 분석도 필요하다. 그래서 통계청은 직전 달과 이번 달의 계절적 차이를 제거하는 계절조정 수치도 함께 발표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경기 충격에 따른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계절조정치를 본다”며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최근 수년 동안 반복되는 계절적 경향만 찾아내 배제하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게 왜 중요?

 정작 중요한 것은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비로 줄었느냐, 전월비 계절조정치가 늘었느냐가 아니다. 고용 통계는 고용시장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기 위해 만든다. 한두 개 지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는 종합적인 지표와 큰 흐름을 보면 판단 오류를 줄일 수 있다.

 10월 고용률은 60.4%로 전년 동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40대 고용률(76.8%)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0월(75%) 이후 10월 기준으로 가장 낮았다. 실업률도 3.7%로 20년 만에 최고다. 계절조정 취업자 수가 9월보다 다소 늘어난 것은 홍 부총리 표현대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지표는 현재 구직자가 과거 경제위기 때만큼이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쪽을 가리킨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