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통] 전기요금도 저유가 덕 볼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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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개편 여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유가 덕에 한국전력은 상반기에 흑자를 냈다. 그러면서도 한전은 전기요금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다. 기름값이 떨어진 덕에 이익을 내긴 했지만, 한전 실적이 유가에 출렁인다는 사실도 재차 확인했다는 얘기다. 대안으로 ‘연료비 연동제’가 떠오른다. 전기 생산에 쓰이는 석유와 같은 연료 가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저유가 덕에 올 상반기 8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한국전력은 저유가 덕에 올 상반기 8000억원 규모의 흑자를 냈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본부 모습. 뉴스1

무슨 일

한국전력은 올해 2분기에 38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흑자다. 올해 상반기 영입이익 규모는 8204억원이다.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낸 게 아니다. 올해 상반기 전력 판매량은 1년 전보다 2.9% 줄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장이 멈춰 서며 전기 사용도 줄어든 탓이다. 대신 저유가로 연료비를 덜 써 이익이 났다. 지난 4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월평균 유가는 배럴당 16달러대였다. 6월에도 38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이익 냈는데 전기요금 개편하자는 이유

한전 실적은 국제 유가에 따라 요동친다. 전기요금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요즘과 같은 저유가 시기에는 흑자를 낸다. 하지만 유가가 치솟으면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 전기요금은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2013년 이후 7년째 동결 상태다. 한전은 “영업비용의 60% 내외를 차지하는 연료비와 전력구입비는 국제 유가에 주로 비례한다”며 “이에 따라 한전 영업실적과 국제유가는 반비례 관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만큼 안정적 재무 상태 유지를 위해선 전기요금 산정 기준을 고쳐야 한다는 게 한전의 생각이다.

국제유가에 출렁이는 한전 실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제유가에 출렁이는 한전 실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어떻게 바꾸나

연료비 연동제 도입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유가가 오를 때는 전기요금이 올라가고, 유가가 내려가면 요금이 인하되는 방식이다. 한전 입장에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연료비와 전기요금을 연계하고 있다. 한국도 도시가스 요금에 대해선 연동제를 도입했다. 한전은 올해 하반기 내에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공공요금인 전기요금을 조정하려면 한전 이사회가 제안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전기요금 개편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한전 관계자들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요금 개편 방안이 주목받고 있다. 한전 관계자들이 전기요금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게 중요한 이유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가계부에도 영향을 끼친다. 만약 현재와 같은 저유가가 이어진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이 이득이다. 문제는 유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유가 상황이 되면 전기요금은 올라가고, 소비자의 부담은 커진다. 정부가 섣불리 도입 여부를 정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와 별도로 탈원전 기조에 따른 전력생산 비용 증가로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25.8%, 2040년까지 33%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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