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이용구, 운행 중 목 잡아” 사흘 뒤 진술 바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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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용구

이용구

이용구(사진)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당한 택시 기사가 사건 발생 직후 최초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차 멈춘 상태에서 멱살 잡아” 번복 #바꾼 진술 따르면 특가법 적용 못해 #검찰 수사는 이종근이 지휘 논란

서울 서초경찰서는 22일 “(이 차관을 태웠던) 택시 기사가 지난달 6일 신고 즉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목적지에 거의 왔을 무렵 (이 차관이) 목을 잡고, 택시 문을 열지 말라고 욕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이 진술은 서초파출소에서 출동한 경찰이 작성한 발생보고서에도 기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택시 기사는 사흘 뒤인 지난달 9일 경찰에 출석해 진술 내용을 바꿨다. 이 차관이 택시 기사의 “목을 잡았다”고 말했지만, 출석해서는 “멱살을 잡았다”고 번복했다. 또한 최초 진술에서 “목적지에 거의 왔을 무렵이었다”고 했지만, 이후 진술에서는 “차가 멈춰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각해보니 (이 차관의) 욕이 나를 향한 것도 확실치 않았다”며 “당황해서 처음에 욕을 했다고 진술했었다”고 했다.

만약 이 차관이 이동 중인 차량의 운전자를 폭행했다면, 피해자 의사와 무관하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행 중인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반면 택시 기사의 나중 진술처럼 정차 중인 차량에서 폭행했다면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반의사 불벌죄’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지난달 12일 이용구 차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경찰은 이에 근거해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이날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이 사건은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의 지휘를 받는다. 검찰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 지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 부장은 이 차관이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 부단장을 역임하며 함께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이끌어왔다.

편광현·김수민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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