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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정책 결과 책임져야 할 정부, 기업 상대로 실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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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용근 경총 부회장(가운데)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입법 추진 관련, 30개 경제단체·업종별협회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참가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과 형법을 크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필연적으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용근 경총 부회장(가운데)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입법 추진 관련, 30개 경제단체·업종별협회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참가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과 형법을 크게 위배하면서까지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필연적으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제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에 대해 경영계 단체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더 이상 무슨 말씀을 드리겠나. 할 말이 없다”고 한 체념 분위기가 이어졌다.

기업규제 3법 후폭풍 우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비판 #경제단체 30곳 “입법 중단을”

다만 경영 단체와 기업 관계자들은 이날 익명을 조건으로 기업규제 3법에 대한 불만을 표했다. 한 경영 단체 관계자는 ‘3% 룰’이 “기업의 투명성을 더 높일 것”이라는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정부는 정책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인데, 기업을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년 봄 감사위원 선임 관련 이사회·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난리가 날 것”이라며 “외국계 펀드는 감사위원 선임 조건을 압박해 실제 경영 기밀을 빼내도 좋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대주주의 지분 매입으로 주가가 올라도 좋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30개 경제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 5대 경제단체뿐 아니라, 대한건설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비철금속협회·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직능별 단체들까지 총출동했다. 기업규제 3법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던 5대 경제단체는 물론 직능별 단체까지 한자리에 모인 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과정을 그만큼 무겁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규제 3법이란 폭풍이 지나가자마자 태풍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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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경제단체는 공동 성명서에서 “헌법과 형법을 중대하게 위배하면서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대해서 필연적으로 가혹한 중벌을 부과하려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의 제정에 반대하며 입법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연좌제에 비유했다. 경제단체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모든 사망사고에 대해 인과관계 증명도 없이 필연적으로 경영 책임자와 원청에 책임과 중벌을 부과하는 법”이라며 “그 자리와 위치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것은 연좌제로 당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정치권의 입법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은 “5년 이내 사고가 재발하면 가중해서 처벌하는 산안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안 됐다”며 “정치권이 입법 만능주의에 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선욱·강기헌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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