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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장·차관 모여 ‘규제 3법’ 동어반복…문제 없다면 그런 줄 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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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 이용구 법무부 차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뉴스1]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등 16일 관계부처 장·차관이 한자리에 모인 기업규제 3법(공정경제 3법) 합동 기자간담회 얘기다. 간담회에선 정부가 지난 9일 국회 법 통과 전부터 설명했던 내용을 재차 반복하는 데 그쳤다. 이 차관은 간담회 도중 자리를 뜨기도 했다.

감사위원 분리, 지주사 규제 등 #국회 법 통과 전 했던 말 되풀이 #유리한 특정 사례 들어 옹호만 #재계 “전형적 규제 공급자 마인드”

재계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문제가 없다면, 그런 줄 알라’는 식”이라며 “전형적인 규제 공급자 마인드”라고 촌평했다.

① 감사위원 분리, 금융권 정착됐다고?

상법에 담긴 감사위원 분리선출 안을 놓고 주주 의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분과 상관없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3%로 의결권을 제한해 ‘1주 1표’ 원칙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투기 자본 등에 봉사하는 감사위원이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소관 부처인 법무부는 “금융회사는 이 제도가 정착해있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언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금융회사는 내수·서비스 위주 산업이다. 이 때문에 해외 경쟁사의 기술 탈취 위험이 적다. 대주주도 정부의 까다로운 적격성 심사를 거쳐 자격을 얻는 만큼 적대적 인수합병(M&A) 걱정도 덜하다. 정부가 금융회사의 사례를 들어 수출 대기업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건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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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사익편취규제로 지분 매각 안 한다고?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에 대한 시장 우려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존 주장을 고수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을 상장·비상장사 상관없이 총수일가 지분 20% 이상(기존엔 상장사는 30% 이상)인 계열사로 넓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사익 편취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려고 총수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20% 아래로 낮출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법이) 정상적인 내부거래는 금지하지 않는 데다, 총수일가가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자본시장의 예상은 공정위와 다르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규제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내부거래 비중이 큰 회사를 중심으로 지분 매각 등 사업 구조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LG·SK·현대차그룹은 각각 LG CNS·SK해운·이노션 등의 지분을 팔아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아예 회사를 처분했다.

모기업의 지분 매각은 기업이 직접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더라도, 지분을 줄인 모기업이 해당 기업을 지원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런 점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떨어뜨린다.

③ 지주사 규제, 부담 안 된다?

정부는 지주회사가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자·손자회사 지분율을 높인 데(상장사 20→30%) 대해서도 기존 설명을 반복했다.

공정위는 기존 지주회사가 추가 지분을 사들여야 할 부담은 없고,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주회사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신규 지주사뿐만 아니라 중간 지주사 설립 때도 똑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과잉 규제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한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계는 당장 내년도 주주총회부터 적용해야 하는 상법 개정안 시행을 최소 1년 이상 유예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는 “코로나 경제 위기 국면도 고려하는 한편, 기업이 개정안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응 기간을 주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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