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전 '검찰개혁 완수' 의지 보였던 추미애, 전격 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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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진 기자단

청와대 사진 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해 제청한 ‘정직 2개월’ 처분을 재가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7일 0시부터 2달 동안 검찰 조직 수장 직무가 정지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文 “검찰 바로 서라”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추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 징계 의결 결과를 보고받은 뒤 정직 2개월 처분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면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새벽 4시에 나온 징계위의 정직 2개월 결정이 오후 5시쯤 추 장관의 징계 의결 결과 보고, 오후 6시 30분 문 대통령 재가로 ‘속전속결’ 마무리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징계 절차를 놓고 “그동안 절차적 정당성과 공정성을 누차 강조해왔고, 그에 따라서 징계 절차가 이뤄진 것이다. 징계위의 의결 내용을 집행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6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 징계안 재가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6일 오후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 징계안 재가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의표명’한 秋에는 “추진력·결단”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준 것에 대해 특별히 감사하다”고 추 장관을 치하했다. 그러면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의 표명 배경에 대해 “추 장관이 개혁을 완수했고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사료된다”며 “먼저 자진해서 사의 표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여태껏 극한 충돌을 빚어온 ‘추·윤 갈등’은 추 장관 교체와 윤 총장 징계로 매듭지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거취 결단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는 내용 등이 추 장관 사퇴에 대한 긍정적인 기류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불과 약 4시간 전 ‘권력기관 개혁 3법’ 관련 관계부처 브리핑에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추 장관이 검찰개혁 의지를 재확인한 것과는 달라진 기류라는 평가도 나온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尹, 남은 선택지는?

윤 총장 측은 이날 오후 8시 40분 처분 내용이 담긴 명령서를 수령했다. 이에 따라 수령서에 적힌 17일 0시부터 2달(오는 2021년 2월)까지 윤 총장의 직무가 정지된다. 이에 당장 오는 17일부터 대검으로 출근하지 않는다. 지난 1일 법원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결정으로 총장직에 전격 복귀한지 보름 만이다. 검찰총장 직무는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 때와 매한가지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가 수행하게 된다.

윤 총장은 곧 소송에 나설 방침이다. 징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과 본안소송 1심 결론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 정지 신청’이 그 내용이다.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헌법재판소의 검사징계법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도 기다리게 된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의 깜짝 사의 표명 이후에도 “(이와) 관계없이 소송 절차는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징계위 결과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행정소송의 1심 판단이 윤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다음해 7월 전에 나올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윤 총장 측은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결정에 명운을 걸 것으로 보인다. 정직 2개월은 임기에 포함된다. 만약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지난 1일 윤 총장의 직무배제 조치가 일시 정지된 것과 같이 윤 총장은 다시 총장직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김수민·강광우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2차 심의 결과.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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