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CNN은 15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부티지지 전 시장을 차기 행정부 교통 장관에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내년 상원 인준까지 통과한다면 그는 최초의 LGBTQ(동성애자·양성애자·성전환자 등 성소수자) 각료가 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위터에서 "부티지지는 리더이자 애국자이며 문제 해결사"라며 "일자리, 사회기반시설, 기후 문제 등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있는 그를 교통부 장관으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부티지지도 "대통령 당선인이 나라를 위해 일해 달라고 부탁해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그는 "교통의 혁신은 미국을 발전시켜왔다"면서 "지금은 수 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를 활성화하며, 현대적이고 지속 가능한 인프라를 통해 더 나은 기반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 교통부 장관은 900억 달러(약 98조원)의 예산을 다룬다. 부티지지의 지명과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따른 승객 급감으로 분투 중인 항공사와 운송업체의 회복을 돕는 역할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당초 바이든 인수위 주변에선 외국어에 능통한 부티지지가 유엔대사나 주중 미국대사에 기용될 것이란 설이 돌기도 했다.
부티지지 전 시장은 민주당 대선 경선 초반 '깜짝 돌풍'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아이오와 첫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몰고 왔지만 이후 경선에서 순위가 떨어지자 한 달 만에 후보에서 물러났다. 이후 바이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도 성향에 탁월한 정책 제시 능력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저조한 흑인 지지율과 부족한 연방 정치 경험, 동성애자라는 점 등이 득표의 한계로 작용했다.
그는 2015년 게이로 커밍아웃했고 2018년 중학교 교사인 채스턴과 동성 결혼을 했다.
부티지지는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인디애나주에서 네 번째로 큰 사우스벤드의 시장을 지냈다. 29세에 처음 시장에 당선된 그는 지역경제가 몰락하고 인구도 줄고 있는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임 기간 지역 실업률을 11.8%에서 4.4%로 떨어뜨렸고, 이 덕분에 80%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됐다.
시장 재직 중이던 2014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해군 정보장교로 파병근무를 한 뒤 복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역사와 문학을 전공하던 중에 로즈 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유학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켄지 앤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경력도 있다.
그의 아버지는 유럽 소국 몰타 출신으로 미국으로 건너와 사우스벤드에 있는 노틀담대에서 29년간 교수를 지냈다. 어머니 쪽은 인디애나주에서 산 토박이다. 부티지지는 몰타어를 비롯해 스페인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아랍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