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거리두기 안먹힌다…하루 1000명 육박, 검사 늘린탓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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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9명 발생하면서 사흘 연속 700명 선에 근접한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응급실로 이송시키고 있다. 뉴스1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689명 발생하면서 사흘 연속 700명 선에 근접한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확진자를 응급실로 이송시키고 있다. 뉴스1

689명→950명.

어쩌다 950명까지 증가했나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950명 발생해 1월 코로나 유행 이후 최다로 쏟아졌다. 전날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689명 나왔다. 하루 만에 확진자가 무려 261명 늘었다.

최근 1주일(5~12일)간 신규 확진자는 일별로 577명→631명→615명→592명→671명→680명→689명을 기록했다. 500~600명대에서 900명대로 올라서면서 코로나 확산세가 더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병율 차의과대 예방의학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접촉을 하는데다 겨울철이라는 특성 때문에 확진자 증가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선 서울과 경기 중심으로 무더기 집단감염 사례가 새로 확인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서울 강서구 성석교회에서 59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또 경기도 부천시 상동의 효플러스요양병원에서도 61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집단감염의 온상인 교회와 요양병원의 확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설 외 생활 주변에서도 신규 집단감염이 속출했다. 서울 은평구 소재 지하철 역사(누적 10명), 경기 군포시 주간보호센터(26명), 인천 부평구 일가족·증권회사(27명), 강원 강릉시 기타 강습(11명), 경남 창원시 식당(10명), 창원시 음악동호회(11명) 등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상으로 열린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에 오른쪽 어깨를 깁스한 채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영상으로 열린 '수도권 코로나19 상황점검회의'에 오른쪽 어깨를 깁스한 채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하루만에 261명 급증 왜 

확진자 급증은 검사 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하루 검사 건수는 3만8651건으로, 직전일 3만3265건보다 5386건 많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상황 긴급 점검 회의에서 ‘수도권 진단 검사 확대 및 역학조사 강화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유전자증폭(PCR) 검사법 외에 타액 PCR, 신속항원검사를 추가했다. 방역당국은 하루 11만 건까지 검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사 건수도 늘면서 확진자가 많이 확인된 것”이라며 “당국이 검사 건수를 늘리면 확진자 규모는 900명~1000명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11일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11일 강남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지난달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이어 격상하고 있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에 대해 지난달 19일 1.5단계, 24일 2단계로 올린데 이어 이달 8일부터 2.5단계로 격상했다. 하지만 2단계로 올린지 3주 가까이 되지만 거리두기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3차 대유행 내년 1월 중순까지 갈 듯" 

전문가들은 겨울철이라는 계절적 요인 때문에 거리두기 효과가 적다고 본다.
김우주 교수는 “겨울철에는 실내활동이 많고 환기도 잘 안하게 된다”며 “바이러스는 겨울철 1주일간 생존하기도 한다. 코로나가 전파하는데 최적 조건인 셈”이라고 말했다. 또 “9월 거리두기를 격상해 2차 유행 때 남은 코로나 불씨를 다잡았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이미 지역사회에 많이 전파가 됐고 겨울철이 돼 엎질러진 물이 됐다. 거리두기를 높이더라도 확산세가 드라마틱하게 감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3차 대유행이 내년 1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정점을 치고 내려왔던 1, 2차 유행 때와 지금은 다르다. 특정 집단, 지역에서 시작한게 아니고. 최대 인구밀집 도시인 수도권에서 유행하고 있다”며“코로나 경각심도 많이 무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1, 2차 유행 때와 달리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 비율이 높다. 미궁에 빠진 감염원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음식점, 학원, 가족·지인모임, 군부대, 사우나, 요양원, 교회 등을 고리로 전국 곳곳에서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소규모 다발성 감염이 잇따르고 있어 당국의 역학조사 추적 역량이 달린다.

3단계 격상할까 

당국이 수도권의 경우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8일부터 2.5단계가 시작된 만큼 전날까지만해도 단계 격상 가능성이 작았다. 하지만 이날 950명이 나온데 이어 당분간 확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3단계 격상조건은 ▶전국 주평균 확진자 800~1000명 이상이거나, ▶2.5단계 상황에서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가 있을 때다. 60대 이상 신규확진자 비율, 중증환자 병상수용능력 등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11일 오후 울산 남구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울산 남구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정세균 국무총리는 13일 중앙재난안전대책회의를 주재해 관계 부처와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주 교수는 “겨울철 들어 이미 코로나 확산세가 폭발한 상황이다. 2단계에서 2.5단계로 올렸다지만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3~4월 유럽처럼 락다운(봉쇄)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K방역과 배치되는 지점이 있어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8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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