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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시비 붙은 尹징계위…이와중에 박은정은 돌연 연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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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左), 윤석열 검찰총장(右) [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左), 윤석열 검찰총장(右) [중앙포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 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두고, 징계위원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암초로 떠올랐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에서 “절차적 하자가 극히 중대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논증할 방침이다.

“맡으려는 사람 있겠나”

‘법무부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2명’에 해당하는 위원은 통상 검사장급이 맡아 왔다. 그러나 징계위 개최 자체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감이 높다는 점은 징계위원 선정의 걸림돌이다. 선정 작업은 마무리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심재철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이종근 형사부장, 고경순 공판송무부장, 이정현 공공수사부장,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모두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사장을 단 인물들이다.

그러나 심 국장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이미 추 장관의 직속 부하들인 법무부 과장급 검사들조차 “징계위원회에 포함되는 것을 제고하달라”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심 국장은 윤 총장의 징계혐의인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책임’와 관련한 핵심 참고인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뉴스1]

이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 [뉴스1]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도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윤 총장 측의 검사징계법 헌법소원에 ‘악수’(惡手)라는 평가를 내놓고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변호를 맡았다는 점에서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당연직 위원인 이 차관에 대해서는 기피 신청을 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징계위원직을 맡겠냐는 시각도 높다. 앞서 전국 59개 검찰청 평검사들은 추 장관이 내린 징계청구와 직무집행정지 명령의 철회를 요청한 바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중징계로 의결된다면 후배들에게 위법‧부당한 징계위에 참여했다고 손가락질 받을게 불 보듯 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또 다른 검찰 간부는 “아무도 맡지 않으려 하는 분위기라 차장검사로 기수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기피 신청 변수될까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징계위원 구성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거센 만큼, 법무부도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법무부는 징계위원 구성은 물론, 구성 여부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 총장 측도 기피 신청을 위해 법무부에 요청한 징계위원 명단을 받지 못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개최 당일까지 명단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기피 신청이나 현장 기피 신청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윤 총장이 꺼낼 ‘기피 신청’ 카드는 징계 의결의 변수이기도 하다. 윤 총장 측의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윤 총장 징계를 의결할 위원의 정족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한 검사는 “총장 해임 등 초유의 중징계를 격론 끝에 소수의 징계위원이 의결한다면 정당성 논란이 빚어지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법무부가 예비위원으로 자리를 채울 가능성도 있다. 검사징계법상 7인의 위원 외에 징계위원회에는 3인의 예비위원도 두도록 하고 있다.

尹 측 “징계 절차 하자있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에서 “절차적 하자가 극히 중대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논증할 방침이다. 재판의 ‘재판장’에 해당하는 징계위원장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장관이 징계대상자(윤 총장)에게 징계청구서를 보내고, 일방적으로 기일을 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논리다.

윤 총장 측은 “징계 기록의 절반 이상이 대인 조사 기록이 아닌 언론 기사 스크랩이라 방어 준비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밝혔다. 이와 함께 한동수 감찰부장, 이성윤 중앙지검장, 정진웅 전 중앙지검 형사1부장, 이름이 표시되지 않은 감찰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을 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 등에 이은 추가 증인 신청이다.

감찰 주무 박은정은 휴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1일 오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점심식사를 위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심의 전날인 1일 오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의견진술을 마친 박은정 감찰담당관이 점심식사를 위해 법무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징계위에서는 김태훈 검찰국 검찰과장이 간사를 맡아 징계 이유 등을 감찰 자료를 근거로 설명할 예정이다.

한편, 박 담당관은 이번주에 연가를 냈다고 한다. 감찰 업무를 도맡아온 박 담당관이 돌연 연가를 내자 법무부 내부에서도 “곤란하다”, “무책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담당관은 지난 4일에도 연가를 내고 휴대폰을 교체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에 대해 한 검찰 간부는 “총장 직무배제가 위법·부당하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이라며 “실무 담당자들은 침몰하는 배를 탈출할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민·김민상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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