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통금이 생겼다"…수도권 셧다운에 '코로나 블루'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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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블루. [제공: 서울아산병원]

코로나 블루. [제공: 서울아산병원]

“9시 통금이 생겼어요. 매일 재택하고 일이 끝나도 못 나가요. 요즘 사는 게 너무 재미가 없어요.”

서울의 직장인 홍모(30)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최근 3주째 ‘집콕’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8일 “연말이면 풀릴 줄 알았는데 오히려 거리두기가 강화돼 송년회도 다 취소됐다”며 “여행 서적을 주문해 읽는 게 유일한 낙"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백모(29)씨는 다니던 헬스장에서 7일 마지막 PT 수업을 받았다. 거리두기 2.5단계로 28일까지 헬스장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백씨는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날씨가 추워 동네 한 바퀴 산책도 힘들고 답답하다"고 했다.

“열심히 할수록 빚 쌓여 무기력해”

소상공인의 날인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소상공인의 날인 5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상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코로나 블루(Corona+Blueㆍ코로나 19 장기화로 인한 우울증)’를 호소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코인노래방을 운영하다 최근 배달 일을 시작했다는 김모씨는 인터뷰에 응하면서 울음을 쏟아냈다. 김씨는 “어제는 배달을 하다가 다른 차량과 접촉 사고를 내 10만원을 물어줬다. 어제 번 돈이 6만원이었다”고 했다. 그는 “열심히 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니 너무 무기력해진다.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고 싶지만 시간도 돈도 없다"며 "28일까지 문을 닫아야한다는 데 그 뒤에는 풀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청년 4명 중 1명 부정적 충동 느껴 

코로나 블루 “경험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블루 “경험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청년들도 코로나 블루를 앓고 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는 최근 ‘코로나19가 청년의 이행 경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냈다. 서울에 거주하는 19~34세 청년 2011명을 10월(10월 2주~4주)에 설문 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 26.8%가 ‘지난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기존 조사에서는 5% 미만이었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노동ㆍ취업 등에서 부정적 경험이 있거나 관계의 단절,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요소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10월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 의료이용 행태 변화’에서도 지난 3~7월까지 우울증 등 기분 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71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가 증가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코로나19 우울증 대응을 위한 ‘관계부처 및 시도 협의체’ 3차 회의에서 심리 방역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특히 국가 트라우마센터나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찾아가는 심리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공포에 질리지 않고 일상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누워 있지 말고 집 주변이라도 산책을 하면서 활동성을 키우는 것이 도움된다”며 “국가도 물리적 방역뿐 아니라 심리 방역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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