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차관, 尹직무정지 날에도 원전의혹 백운규 변호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있다. 장진영 기자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지난달 24일 대전지검을 찾아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을 참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 차관이 월성1호기 원전 조기폐쇄 의혹 수사를 총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이 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백운규 변호인 자격으로 휴대폰 포렌식 참관  

4일 이 차관과 검찰에 따르면 이 차관은 지난달 24일 백 전 장관의 변호인 자격으로 대전지검을 찾아 검찰이 압수한 백 전 장관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참관했다. 공교롭게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와 징계청구를 발표한 날이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앙포토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중앙포토

이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 차관이 포렌식 절차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원전 수사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포렌식 참관은 변론을 하는 기회가 아니다. 원전 수사에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전혀 없고, 포렌식 과정에 잘 협조해 일을 일찍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다"고 반박했다.

이 차관은 감사원 감사 단계에서부터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을 맡았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의혹을 감사한 뒤,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기재한 수사참고자료를 검찰에 이첩한 상태다. 이 차관은 법무부 차관에 임명된 지난 3일 사임계를 제출하고 백 전 장관의 변호에서 손을 뗐다.

공정성 시비 논란에…이용구 차관 "나는 당연직"

법조계 일각에선 이 차관이 중립적인 위치에서 윤 총장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차관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3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길에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 사유에 월성 원전 사안은 없는 거로 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백 전 장관을 변호한 이력 때문에 징계위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다'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그러면서 "지금 대전지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수사팀 검사님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징계위 참석은 "제 임무"라고 짧게 밝혔다. 이 차관은 4일 중앙일보에 "(일각의 우려와) 생각이 다르다"며 "차관은 검사징계법상 당연직 위원"이라며 징계위원으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윤 총장 측 "이 차관 징계위원 되면 기피할 것" 

윤 총장 측은 이 차관이 징계 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기피한다는 방침이다. 기피 신청을 받아 주지 않을 경우 향후 방어 절차 위반으로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진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