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 골프 취소해도…변함없는 사랑 나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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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로고 볼. [중앙포토]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로고 볼. [중앙포토]

코로나19 탓에 올해는 자선 골프대회가 거의 열리지 못했다. 매년 1억 원 넘게 자선기금을 모으던 브리지스톤 사랑나눔 골프대회도 취소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회를 열지 않고도 기금 1억2361만원을 모았다. 16년째 이어진 이 대회에서 역대 세 번째 많은 액수다.

브리지스톤, 1억2300만원 모금

탤런트 출신인 브리지스톤 홍요섭(65) 부회장을 1일 만났다. 그는 KPGA 회원인 골프 실력자이자 20여년간 브리지스톤 홍보이사를 맡았다. 그는 “이런 게 기적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60대 중반에도 주름이 거의 없는 그는 “감사하게도 좋은 유전자를 받았다. 목사이셨던 아버지 충고를 따라 선한 역만 맡아서 그런 것 같다”며 웃었다.

골프용품사인 브리지스톤은 2002년 자선 활동을 시작했다. 지각한 직원의 벌금을 어떻게 쓸까 고심하다 복지시설에 기부한 게 실마리였다. 2005년에 첫 자선 골프대회를 열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대회 운영비로는 1억원 가까이 들었고, 모금액은 755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자선 골프대회는 이름만 ‘자선’인 경우가 많았다. 골프 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상품만 받아가고, 그러면서도 기금은 거의 내지 않았다.

대회 이름은 2012년 ‘자선골프’에서 ‘사랑나눔’으로 바꿨다. 시혜적 의미의 ‘자선’ 보다,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 나누는 게 좋겠다는 뜻에서다. 2015년 사랑나눔에서 1억2000만원을 모았다. 첫해, 운영비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던 기금이 딱 10년 만에 운영비를 넘어섰다.

홍 부회장은 “올해는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그간 대회에 참가했던 몇몇 프로가 ‘매년 하던 거’라며 성금을 보내왔다. 그래서 비대면으로 모금만 했는데, 액수가 많아서 우리도 놀랐다. 꾸준히 나눔의 의미를 알린 덕분인 것 같다”며 기뻐했다. 오랫동안 무의탁 여성 노인 시설(안나의 집)을 후원해온 그는 “시설을 찾아 ‘빨간 구두 아가씨’를 부르면 할머니들이 좋아하신다. 나눔을 실천하는 날이 일 년 중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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