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뇌수막염 의심될 땐…

중앙일보

입력

뇌수막염(腦髓膜炎)이란 질환이 있다. 뇌를 둘러싸고 있는 수막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해마다 4, 5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행하기 시작해 심한 경우 수만명이 한꺼번에 걸리기도 한다.

증상은 갑자기 나타나는 두통과 고열, 메스꺼움이나 눈의 통증 등. 감기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말을 못하는 아기들의 경우 토하고 보챈다. 주로 감염자의 대변이나 침.가래.콧물 등을 비감염자가 만진 뒤 손이나 음식을 통해 입으로 전염된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대부분 바이러스가 옮긴다. 세균이 아니란 뜻에서 언론에선 이를 무균성(無菌性) 뇌수막염이라고 표현한다. 무균성 뇌수막염은 다행히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며칠 지나면 대부분 저절로 낫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저절로 낫게 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고 있는데 병원에 가면 자녀에게 뇌척수액 검사란 무시무시해 보이는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옆으로 눕힌 채 등을 구부리게 하고 척추 사이에 주사 바늘을 꽂아 뇌척수액을 뽑아내는 검사다. 뇌척수액이란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공간에 존재하는 투명한 액체다.

의사들이 이런 검사를 하는 이유는 뇌수막염이 바이러스 때문인지 세균 때문인지 감별하기 위해서다. 세균이 일으키는 뇌수막염은 드물지만 일단 발생하면 치료를 게을리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증상 만으론 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으므로 뇌척수액 검사를 하게 된다.

부모들은 누구나 자녀들이 힘든 검사를 받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뇌척수액 검사는 생각보다 안전한 검사다. 외래에서 굳이 마취를 하지 않고도 불과 5분 남짓이면 가능하다.

문제는 부모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자녀는 더욱 겁에 질리기 쉽다는 것이다. 뇌척수액 검사는 뇌수막염 증상을 보인 자녀라면 반드시 받아야하는 필수적 검사다. 기왕이면 당당하게 검사받는 것이 좋겠다.

최근 추운 겨울인데도 이례적으로 뇌수막염이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국립보건원 조사 결과 무균성이 아닌 세균성 뇌수막염으로 밝혀졌다.

불행하게도 경기도 김포와 경남 진해, 부산 사하구에서 세명의 어린이가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려 이미 사망했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빨리 진단하고 항생제를 투여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하루 이틀만 항생제 투여가 늦어도 급속하게 염증이 퍼져 생명이 위태롭게 된다. 뇌수막염 증세가 나타나면 빨리 병원을 찾아 뇌척수액 검사를 받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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