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내선 "윤석열 쇼" 걱정···홀로 국조 밀어붙이는 이낙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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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윤석열 국정조사’ 공방이 국회를 흔들고 있다. 국민의힘은 27일 당 지도부부터 초선 의원들까지 죄다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정치권에서 처음 국정조사 화두를 던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도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당내 다른 지도부는 “판사 사찰 문건을 공개한 윤 총장의 인권 무감각증”(김태년 원내대표)이라고 ‘윤석열 때리기’에만 몰두했다. 국정조사에 대한 여당 내부 반응은 부정에 가깝다.

주호영 “추미애 광인이냐”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추미애 무법(無法)부 장관이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온통 망가뜨리고 있다”며 “이쯤 되면 광인 전략인지, 광인인지 헷갈리는 지경”이라고 비난했다. 약 1시간쯤 뒤엔 김성원 국민의힘 수석부대표가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 103명, 국민의당 3명, 무소속 4명 등 110명의 의원이 요구서에 이름을 올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7일 서울 여의도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품 중 유력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 첩보가 포함됐다고 한다"며 압수수색물 검증을 요구했다.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27일 서울 여의도 법사위 전체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물품 중 유력 여권 인사에 대한 수사 첩보가 포함됐다고 한다"며 압수수색물 검증을 요구했다. 뉴스1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2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항의 질의서와 손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27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할 항의 질의서와 손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밖에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추미애 법무부’의 요구로 단행된 25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물품에 여권 인사 수사 첩보가 포함됐다고 한다”며 압수수색물 검증을 요구했고, 김은혜 대변인 등 초선 의원들은 ‘대통령 질의서’를 들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부터 초선까지 총공세에 나선 모양새다.

그간 국민의힘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6월 상임위원장을 민주당에 모두 내줬고, 7월에는 민주당이 임대차3법 법안 등을 단독 처리하는 걸 지켜만 봐야 했다. 최근에는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압박에 시달렸다. 주 원내대표가 “무력감과 모멸감을 느낀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2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27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하지만 윤 총장 사태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국민의힘 3선 의원은 “이른바 ‘추풍(秋風)ㆍ낙연’ 사태가 당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 혐의가 충격적이다. 국정조사를 검토해달라”는 이낙연 대표의 발언도 국민의힘 기세에 힘을 싣고 있다는 의미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으로 청와대를 겨냥할 명분도 생겼다. 국민의힘은 당 회의에서 잇따라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배경 현수막(백드롭)으로 걸었다. 이날 백드롭은 지난해 윤 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달라“고 한 문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이낙연 재차 국조 강조했지만…민주당 ‘부정 기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화상으로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에서 “법관 사찰 의혹을 국회가 방치하면 공범자”라며 윤석열 국정조사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국정조사 시점에 대해선 “법무부의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당 분위기는 다르다. 앞서 민주당은 25~26일 법사위에서 국민의힘이 윤 총장 출석을 요구하자, “징계받은 사람을 왜 국회로 부르냐”(백혜련 의원)고 맞섰다. 26일에는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아예 회의를 강제 종료해,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순간 ‘윤석열 쇼’가 벌어진다. 그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국정조사 하겠다는 게 아니라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하기 위한 것”(김종민 의원), “국정조사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박주민 의원)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가 ‘나 홀로 국정조사’를 외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내년 3월 9일 이전에 사퇴해야 하는 이 대표 입장에선 임기가 100일 남짓 남은 상황이다. 대선 후보 경선의 키를 쥐고 있는 친문 지지층의 요구에 맞춰 검찰 개혁 관련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이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고 추 장관도 친문 지지층의 환호를 받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검찰에 대해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ㆍ박해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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