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영끌' 신용대출 급증…1년새 가계부채 110조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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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 빚 잔액이 1년 동안 110조원가량 증가했다. 3분기에만 45조원이나 늘었다. 분기 증가 규모론 역대 두 번째로 많다. 부동산과 주식 등 곳곳에서 이른바 ‘영끌’ 투자가 확산한 여파다. 신용대출 증가액이 주택담보대출보다 많은 이례적 현상도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급격히 줄었던 신용카드 사용액은 3분기 역대 최대규모로 늘었다. 코로나19의 진정세와 보상소비가 원인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4일 ‘2020년 3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682조1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44조9000억원 증가했다. 올해 2분기(25조8000억원), 지난해 3분기(15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매우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가계 빚 잔액이 109조6000억원(7.0%) 늘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2016년 4분기 11.6%까지 치솟은 뒤 11분기 연속 하락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4.1%→4.6%→5.2%→7.0%로 다시 상승하고 있다. 가계대출의 증가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지금은 정부의 각종 대출 규제에도 주택거래가 활발하고, 주식거래 자금 수요도 많기 때문”이라며 “최근의 증가 속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계신용은 은행이나 보험·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 등 가계가 갚아야 할 부채를 합한 수치다. 3분기 가계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39조5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7조4000억원, 기타대출이 22조1000억원 증가했다. 대부분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보다 많은 건 드문 현상이다.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속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심상치 않은 가계대출 증가속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2조1000억원은 분기 증가 규모론 역대 최대치고, 지난해 연간 증가액(23조1000억원)에 맞먹는 정도다. 대출 규제 탓에 주택담보대출만으로는 집값 마련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 쓰는 수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송 팀장은 “주택 매매 및 전세 거래량이 2분기보다 늘었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생활자금 수요도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급감으로 1분기 큰 폭으로 감소했던 판매신용은 2분기 회복세를 보인 뒤, 3분기엔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전 분기보다 5조4000억원 늘었다. 송 팀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비대면·온라인 구매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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