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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바이든 축하 못해…미·러 관계 더 망가질 것도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국영 TV에 출연해 "미국 국가 지도자와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지만, 바이든 당선인을 축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 국민에게 신임을 받는 사람과 함께 일하겠다"면서 "신임은 상대 후보에게 인정을 받거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나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대선에 승복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아직 법적 절차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바이든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과반인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선거인단 232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 주에서 개표결과 인증 연기를 요구하며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한 소송을 하고 있지만, 미시간·네바다·애리조나·조지아·펜실베이니아주 등에서 낸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영TV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 국영TV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미·러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이미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는 망가졌으며 훼손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미국의 선거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선거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세계나, 미국인들에게도 자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2011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사진은 2011년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가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만난 모습 [AP=연합뉴스]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확정 몇 시간 만에 축하 성명을 발표했던 푸틴은 이번에는 이처럼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바이든 승리 인정은 곧 찰떡궁합을 과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푸틴이 가능한 한 축하 인사를 뒤로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과 성향이 잘 맞는 '스트롱맨' 푸틴의 지도력을 칭찬해왔고, "푸틴이 저를 좋아한다면 그것은 부채가 아닌 자산이다"라며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푸틴도 "트럼프는 재능있고 뛰어난 인물"이라며 칭찬을 주고받았다.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밀월 관계를 과시해왔다. 사진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밀월 관계를 과시해왔다. 사진은 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이든 당선인과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당선인이 러시아를 미국의 가장 큰 안보 위협 중 하나로 간주하는 것이 푸틴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러시아 측은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한 뒤에 러시아에 추가 제재를 가하거나 인권 문제 등을 거론해 러시아 국내 문제에 간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바이든은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에서 러시아·중국·이란 등 외국 적대세력의 선거개입 시도를 거론하며 "내가 당선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 강화와 대외정책에서 원칙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만큼 향후 푸틴 대통령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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