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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폭주에 수주잔량 1조원···24시간 풀가동 해저케이블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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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LS전선에서 생산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운반선에 싣고 있다. 세계적으로 송전용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기업은 5곳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 LS전선

LS전선에서 생산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운반선에 싣고 있다. 세계적으로 송전용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는 기업은 5곳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 LS전선

주문 폭주 LS전선 동해공장 르포

강원 동해시 동해역에서 택시로 5분. 지난 17일 찾은 LS전선 동해공장은 입구부터 크레인 소리가 요란했다. “초고압 해저 케이블을 임시로 보관하는 턴테이블을 만드는 중”이라며 “생산량이 늘어 보관할 장소가 부족하다”고 LS전선 관계자가 설명했다. 놀이공원 회전목마를 늘려서 키운 듯한 턴테이블은 중형차 3대 이상을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했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해저 케이블은 재생 에너지의 핏줄이다. 해상 풍력발전소 등에서 생산한 전기를 육지로 보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해저 케이블은 필수다. 세계적으로 송전용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하는 기업은 유럽과 일본 등 5곳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에선 2009년 가동을 시작한 LS전선 동해공장이 유일하다. LS전선은 해저 케이블 수주량이 늘어나자 올해 4월 동해 2공장을 준공했고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2공장 입구 바로 옆에 세워진 50m 높이의 해저 케이블 제조 설비는 세계적으로 5대에 불과하다. 2공장 준공과 함께 5t 트럭 1000대분의 케이블을 보관할 수 있는 5000t급 턴테이블도 도입했다.

LS전선에서 생산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선적하는 작업. 케이블 무게 때문에 1분에 5~6m 정도만 선적할 수 있다. 사진 LS전선

LS전선에서 생산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선적하는 작업. 케이블 무게 때문에 1분에 5~6m 정도만 선적할 수 있다. 사진 LS전선

1공장 내부에선 케이블에 철심을 덧대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성인 머리 크기만 한 케이블이 둥그런 기계 안으로 들어가자 새끼 손가락 굵기의 철심 수십 개가 케이블을 감쌌다. 현장을 안내한 김형준 LS전선 과장은 “짠 바닷물 속에서도 케이블이 부식되거나 끊어지지 않도록 강성을 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출하한 해저 케이블의 설계수명은 무려 30년. 바닷 속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케이블을 만드는 게 기술력이다.

해저 케이블 생산부터 출고까지는 한달~두달 정도가 걸린다. 생산 주기는 케이블 크기와 용도 등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다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생 에너지 전환이 속도를 내면서 주문이 폭주하는 추세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수주 잔량은 1조원 수준이다.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주문에 못맞추는 수준이다.

공장에서 만든 해저케이블은 바로 옆 동해항에서 배에 실려 수출된다. 항구 바로 옆에 공장을 세운 이유다. LS전선 동해공장과 동해항 사이 4차선 도로 위로 해저케이블을 나르는 작은 육교가 보였다. 동해항 4 출입문에서 신분 확인을 끝내고 항구에 들어서자 케이블을 선적하는 커다란 배가 눈에 들어왔다. 해저 케이블은 한번 선적에만 일주일 이상이 걸린다. LS전선 관계자는 “무게 때문에 1분에 5~6m 정도만 배 위 턴테이블에 감을 수 있다”고 말했다.

17일 선적이 한창이었던 해저 케이블은 대만 서부 먀오리현(苗栗縣)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공급된다. LS전선은 지난해 대만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짓고 있는 벨기에 건설사 얀데눌(Jan De Nul)과 해저케이블 130㎞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가 대만 전체에서 수주한 금액만 5000억원이다. 이에 앞서 RE100(재생에너지(Renewable) 100%의 줄임말) 조기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TSMC는 지난 7월 덴마크 국영 외르스테드와 풍력발전 전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RE100은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기업이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충당하는 캠페인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해저 케이블이 대만 앞바다에서 생산한 전기를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에 공급하는 것이다.

지난 5월 미국에서 66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을 수주한 LS전선은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은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강자로 꼽힌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기존 아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마케팅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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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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