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강남’ 수성구 불패…32년 된 아파트가 15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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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2017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의 한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지난달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국내 A 아파트(전용면적 131㎡)의 실거래가는 15억원. 지난해 12월(10억8000만원)보다 42%(4억2000만원)가량 치솟았다. 서울 강남의 신축 브랜드 아파트 매매가의 오름폭이 아니다. 지방이면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구 수성구. 그것도 지은 지 32년 된 아파트의 ‘호가(呼價)’가 아니라 신고 실거래가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수성구 일대 #교통·거주 환경에 학군도 좋아 #재건축·재개발 기대 겹쳐 값 폭등

대구를 비롯한 지방 대도시의 아파트값이 일부 투기과열지구 등을 중심으로 치솟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대구 수성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1.11% 올랐다. 주간 오름폭으로만 보면 부산 수영구(1.13%)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인 점을 고려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같은 기간 부산 해운대구는 1.09% 올랐고, 국내 아파트 상승세를 이끄는 강남 4구는 0%(강동 0.01%) 상승에 머물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부동산 규제지역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강남 4구는 예전 ‘강남 불패’로 불렸다. 부동산 등 아파트값이 떨어지지 않아서다. 최근 수성구가 이를 이어받아 ‘수성 불패’가 된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다 보니 대구나 부산 같은 지방 대도시의 유망지역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덩달아 오르는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수성구는 투기 자본이 몰리면서 2017년 9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아파트 매매 시 대출 규제, 부동산 거래 시 자금계획서·증빙자료 제출,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등 엄격한 관리를 받는다. 거주 목적이 아닌 순수 투자로만 자본을 넣기에 부담스러운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수성구는 대구 최고의 부동산 투자 알짜 지역으로 꼽힌다. 학군이 좋고 대구의 강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따른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돌아볼 곳이란 의미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 1순위가 대구 지역의 경우 수성구인 셈이다.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서 매수할 때 비싸고, 당장은 오르지 않아도, 안정적인 대기업 주식을 사서 장기적으로 지켜보는 것처럼 수성구 아파트도 그런 느낌이다”고 했다.

이진우 부동자산관리연구소 소장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 오름폭이 원래 높은 편인 수성구에 최근 범어동 지역 일부 아파트에서 재건축·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부동산규제로 ‘똘똘한 한 채’ 바람까지 더해진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를 보여주듯 수성구엔 장기적인 투자 즉 ‘묻어두기’ 분위기가 보인다. 수성구청의 부동산 실거래 건수가 지난달부터 주춤한다고 한다. 수성구청 한 간부는 “지난달부터 호가와 실거래가의 차이를 지켜보는 이유인지 이른바 ‘간보기’를 하는 분위기가 있다. 아파트를 포함해 부동산 실거래 건수가 전년 대비 올해 전체적으론 늘었지만, 지난달부턴 주춤하는 분위기가 실제 있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 조사 결과, 이달 둘째 주 국내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1% 상승했다. 서울은 전주와 같은 수준의 상승 폭을 유지했지만, 대구를 비롯한 5대 광역시와 8개 도는 각각 0.29%에서 0.39%, 0.10%에서 0.16%로 상승 폭이 소폭 커졌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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