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자료 삭제’ 빼고 감사 재심의 청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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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폐쇄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해 감사원법 제36조 제2항에 따라 재심의를 청구하기로 했다. 다만 산업부 소속 공무원들이 자료를 삭제해 감사를 방해했다는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재심의를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

444개 파일 삭제한 공무원은 #검찰 수사따라 징계 정해질 듯

산업부는 “감사원 지적에 판단을 달리하거나, 피조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재심의를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재심의를 청구하면 감사원은 원래 감사를 진행했던 부서가 아닌 재심의 부서에서 감사내용을 다시 검토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실관계가 나오지 않는 한 재심의로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감사원이 유일하게 징계를 요청한 산업부 소속 공무원의 자료 삭제 부분은 청구 대상에서 빠져 실익도 많지 않다. 자료 삭제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도 고려됐다.

그런데도 산업부가 재심의 청구로 가닥을 잡은 것은 ‘감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 표명 성격이 강하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근거가 된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낮게 나왔다”는 감사결과를 지난달 20일 발표했다. 산업부 압력을 시사하는 관련 자료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산업부는 “원전 정책 방향에 의견을 제시했을 뿐 특정 변수를 바꾸라 부적절하게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감사 결과를) 월성1호기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으로 볼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감사원 감사 때 444개의 관련 파일을 삭제한 산업부 직원에 대한 징계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감사원은 경징계 이상의 처분을 요구한 상태다. 산업부도 “담당자 자체 판단으로 삭제했지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유감”이라고 삭제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징계 여부와 수위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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