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돌 전 우리 아기 '체크 리스트'…'한국형 영유아 발달검사' 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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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제대로 잘 자라고 있을까? 아기를 키우는 젊은 부모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의문이다.

하지만 대화가 안되는 두돌 전엔 아이의 발육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쉽지 않아 문제가 꽤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소아과학회에서는 '발달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한국형 영유아 발달 검사'지침을 정한 바 있다.

건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한 영.유아기 성장.발달에 대해 알아본다.

첫돌 무렵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J군. 보호자는 "아이가 좀 늦된다 싶기는 했지만 태어날 때 건강하다고 들은 데다 그럭저럭 잘 자라는 것 같았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꼬박꼬박 예방접종을 맞을 때도 의사로부터 별다른 이상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는 것.

경희대 의대 소아과 정사준 교수는 "영아기 때는 뇌성마비를 진단하는 일도 쉽지 않다"며 "좀 늦된다 싶은 아이들은 발달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발육 상태는 크게 키.몸무게가 자라는 '성장'과 기능적 발전인 '발달'을 통해 알 수 있다.

키.몸무게는 대개 쉽게 정상.비정상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심하지 않은 발달 이상은 자칫 눈여겨 보지 않으면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지 못한다.

통상 몸무게는 출생시 평균 3.3㎏으로 태어나 백일 때 2배, 첫돌 때 3배 증가하고 키는 50㎝ 정도로 태어나 첫돌 때 1.5배, 네돌때 2배가 된다.

반면 발달 상태는 일반적인 운동기능.미세 운동기능.언어능력.개인-사회성.인지(認知)-적응능력 등 다섯가지가 골고루 개월수에 맞게 발달하는지를 봐야 한다.

보호자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이상은 백일이 됐는데도 엄마와 눈을 못맞추거나 목을 못가눌 때다. 잘 웃고 엄마와 잘 놀더라도 웬지 팔다리가 쳐져 있거나 혹은 뻣뻣해 보일 때도 전문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발달 이상은 정신지체.뇌성마비 등 주로 뇌와 관련된 질환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자폐증이나 근육병, 대사성(代謝性)질환 등도 원인이 된다.

발달 장애의 조기 발견이 중요한 것은 정상화가 어려운 뇌 질환이라 하더라도 조기 재활치료와 아이 상태에 맞는 자극과 교육이 질병의 향후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한 근육병이나 대사성 질환 등 유전질환이 발달장애의 원인일 땐 첫 아이의 질병 조기발견을 통해 둘째 아이의 출산 전 유전검사를 철저히 해 재발을 방지할 수도 있다.

또 통상 18개월 때 엄마.아빠 이외엔 의미 있는 단어를 구사하지 못하거나, 두돌이 돼도 의미 있는 두마디 말을 못할 때('밥 줘','저기 가자'등), 세돌 이후에도 지적인 말을 못하거나 6세 이후에 생활에 필요한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을 땐 언어 지연이 의심되므로 전문적인 상담과 진단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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