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10일 일본을 방문했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외교부로서는 충분히 협의했던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청와대·국정원 등으로부터 외교 현안을 제대로 공유 받지 못하고, '외교부 패싱'을 당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강 장관은 13일 SBS 8뉴스와 화상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일부에서 국정원이 외교 문제에 나서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지적도 있고, '외교부 패싱' 논란이 있는데 사전에 협의가 된 것이냐"는 앵커의 질문에 "국정원을 포함해 안보부처 사이에서는 소통을 자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보당국 수장(박 원장)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 제가 평가를 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닌 것 같다"며 "이 사안 자체에 대해서는 외교부로서는 충분히 협의했던 상황은 아니고, 원장께서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또 "외교부가 박 원장의 방일을 사전에 몰랐냐"는 취지의 질문엔 "사전에 인지는 늘 하고 있지만 가시는 사실이라든가, 가셔서 하는 말씀에 대해서는 외교부로서는 공개적으로 평가 드릴 위치는 아니다"고 답했다.
강 장관은 '한·일 정상 간 빅딜' 가능성에 대해선 "정상들의 의지가 있다면 현안들에 대해서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목적으로 한다기보다는 현안 하나하나를 잘 풀어나가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외교당국 간 간극을 계속적으로 좁혀나가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우선 풀어야 한다는 것이 외교당국의 과제"라며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측이 제시한 세 가지 요건을 우리가 다 충족한 상황이고, 일본이 이제는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와 한·일 관계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구상에 대해 강 장관은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다"면서도 "구상 자체에 대해서는 외교부나 안보 부처 사이에 충분히 협의가 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한편 박 원장은 지난 11일 3박 4일의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는 지난 10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만나 '문재인-스가' 선언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본 정·관계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다양한 외교 현안을 논의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