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16개월 입양아 학대·사망' TV 속 천사 엄마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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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학대 치사 혐의를 받는 모친 A씨가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엄마가 11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A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도망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양은 지난 13일 양천구 목동의 한 병원에서 숨졌으며, A씨는 생후 16개월 된 B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양이 병원에 실려 올 당시부터 배와 머리 등에 큰 상처가 있었고, 이를 본 병원 관계자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경찰에 신고해 사건이 알려졌다.

특히 B양 가족은 지난 추석 연휴 방영된 입양가족 특집 다큐멘터리에 출연하기도 했다. A씨는 방송에서 친절하고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B양의 이마에는 멍 자국으로 보이는 흔적이 있었다.

3년 전 입양 단체에서 잠깐 일했던 A씨는 지난 2월 친딸에게 같은 성별의 동생을 만들어주고 싶다며 B양을 입양했다. 하지만 입양 한 달 뒤부터 학대가 시작됐다. A씨는 B양이 이유식을 잘 먹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3월 초부터 4시간가량 집에 혼자 두는 등 16차례나 방임했다. 자신의 친딸을 데리고 외식을 하면서 B양은 지하주차장에 혼자 두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7월부터는 엘리베이터에서 유모차를 세게 밀어 벽에 부딪히게 하거나, 손으로 B양의 목을 잡아 올리는 등 폭행을 한 장면이 CCTV에 포착됐다. A씨는 B양의 사망 당일 "부검 결과 잘 나오게 기도 부탁해"라는 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내기도 했으며, B양이 숨진 바로 다음 날엔 동네 이웃에게 '물건 공동구매'를 제안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앞서 B양과 관련된 학대 신고는 지난 5월부터 총 3차례 있었으나 경찰은 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A씨 부부에게 B양을 다시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은 A씨 부부를 피의자로 입건해 사망 이전 폭행 등 학대가 있었는지 조사했으며, 이들로부터 일부 혐의를 확인했다.

고석현·함민정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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