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서 괜찮다했는데···독감주사 맞은 누이, 이틀뒤 사망"

중앙일보

입력

충남 서산에서 50대 여성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 이틀 만에 목숨을 잃자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다.

50대 여성이 독감백신을 맞은 지 이틀만에 사망하자 유족이 국민청원을 올렸다.

50대 여성이 독감백신을 맞은 지 이틀만에 사망하자 유족이 국민청원을 올렸다.

서산 50대 여성 백신 접종 이틀만에 사망 #유가족 "심장 좋지 않았는데 무리한 접종" #보건소 "건강상태 확인뒤 접종, 이상 없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9일 ‘독감주사로 사망한 누이의 억울한 죽음, 또 무심한 공무원에 대한 분노’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청원을 올린 A(48)씨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 고북면에 사는 누이 B(59)씨는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쯤 고북면 보건지소에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았다. B씨는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보건소를 찾았다. 서산보건소 측은 "당일 고북면 보건지소에서는 73명이 독감 백신 주사를 맞았으며 B씨가 맞은 백신은 신성약품이 제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당일 접종자 가운데 B씨 이외에 몇명도 어지럼증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평소 누이가 심장이 좋지 않은데 ‘독감 주사를 맞아도 되는지’ 물었으나 보건소 직원분에게서 ‘허약한 사람들이 먼저 맞아야 한다’는 답변을 듣고 접종에 응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접종 당일 집으로 돌아온 후 (누이가) 평소와는 달리 힘이 빠지고 울렁증과 설사 증세를 보인 데다 한 차례 혼절했다”고 했다. B씨는 고북면에서 노모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B씨는 접종 다음날 낮 12시20분쯤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건강상태를 설명했다. 하지만 보건지소 측에서 “하루이틀 더 쉬라”는 말만 했다고 유족은 주장한다. B씨는 지난 8일 오후 5시쯤 집에서 숨진 채 노모에 의해 발견됐다. 노모는 밭일하러 나간 상태여서 집에 B씨 혼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누이가 건강 상태와 주사 접종이 가능한지 물었는데 접종을 강행했고 사망한 이후에도 사과하거나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밝히고 백신 접종 매뉴얼을 재고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전국적인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 등 관련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도 했다. B씨에 대한 부검은 10일 이뤄졌으며 결과는 한 달 뒤 나올 예정이다.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 시민들이 독감백신을 접종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뉴스1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에 시민들이 독감백신을 접종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음. 뉴스1

 이에 대해 서산시 보건소 관계자는 “B씨는 접종 전에 의사가 예진한 뒤 접종했고 본인도 접종에 동의했다”며 “접종하고 나서 약 20분 동안 보건지소에 머물다 귀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신 접종 직후 이상이 없었고 그가 다음 날 보건지소에 전화를 걸어 이상증세를 호소했을 때 직원이 ‘병원에 가보시라’고 권유했다”며 “접종한 백신은 상온 보관 등의 문제는 없는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질병관리청 이선규 예방접종관리과장은 "9일 신고돼 현재 조사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피해조사반 회의를 통해서 (접종과 사망간) 인과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산=김방현 기자, 황수연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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