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술접대' 날짜 떠넘기기에…핵심인물 소환도 못한 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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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21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의 모습. 뉴스1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현직 검사 술 접대’ 폭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전담팀을 통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세 차례 조사를 벌였으나 술 접대 날짜를 아직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접대 당시 동석했다고 주장한 A변호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A변호사 소환 통보도 못한 檢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달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김봉현 전 회장이 지난달 16일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입장문. 연합뉴스

8일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검사 술 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A변호사의 소환 조사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지난달 16일 김 전 회장이 공개한 1차 옥중 자필 편지에서 현직 검사의 술 접대 자리에 동석한 인물로 지목됐다. 김 전 회장은 해당 편지에서 “지난해 7월 검찰 전관 출신 A변호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있은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수사의 실마리가 되는 접대 날짜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김 전 회장이 검사 술 접대 의혹을 제기한 지 나흘 만에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내에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을 별도 구성하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출범 하루 뒤인 지난달 21일 A변호사의 사무실을 시작으로 26일 김 전 회장이 접대 대상으로 지목한 현직 검사 2명의 사무실을 잇달아 압수 수색했다.

수사팀은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폰과 PC 등의 포렌식 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25일과 28일 김 전 회장이 수감돼있는 서울남부구치소를 직접 찾아 출정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일에는 김 전 회장을 직접 검찰로 소환해 약 6시간 40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세 차례에 걸쳐 룸살롱 접대원과 김 전 회장이 주고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의혹 인물들의 위치 기록 등을 파악해 접대가 이뤄진 날짜와 시간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날짜 공개 꺼리는 김봉현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태운 호송 차량이 4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남부지검) 구치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사 술접대 의혹'을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태운 호송 차량이 4일 오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남부지검) 구치감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검찰은 아직 접대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A변호사에게 소환 통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이 폭로한 술접대 날짜에 대해서는 장외에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A변호사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은 시간과 장소가 특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회장과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있지만, 그 자리에 현직 검사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을 대리하는 이모 변호사는 “향응 수수 입증 책임이 전적으로 김 전 회장에게 있는 건 아니다”며 “A변호사가 결백하다면 먼저 술자리 날짜를 특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A변호사는 하지만 “김 전 회장이 현직 검사들과 함께한 술자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 자리에서 ‘라임 수사팀’까지 언급됐다면 해당 날짜를 더 정확히 기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접대 날짜를 감추면서 전자보석 등을 언급하는 건 결국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라임사태는 무엇인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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