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현직 검사 술 접대’ 폭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전담팀을 통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세 차례 조사를 벌였으나 술 접대 날짜를 아직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접대 당시 동석했다고 주장한 A변호사에 대한 소환 조사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A변호사 소환 통보도 못한 檢
8일 서울남부지검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팀장 김락현 형사6부장)은 ‘검사 술 접대 의혹’의 핵심 인물인 A변호사의 소환 조사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변호사는 지난달 16일 김 전 회장이 공개한 1차 옥중 자필 편지에서 현직 검사의 술 접대 자리에 동석한 인물로 지목됐다. 김 전 회장은 해당 편지에서 “지난해 7월 검찰 전관 출신 A변호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폭로가 있은 지 20여일이 지났지만 수사의 실마리가 되는 접대 날짜는 오리무중인 상태다. 김 전 회장이 검사 술 접대 의혹을 제기한 지 나흘 만에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내에 검사 향응·수수 사건 수사전담팀을 별도 구성하며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출범 하루 뒤인 지난달 21일 A변호사의 사무실을 시작으로 26일 김 전 회장이 접대 대상으로 지목한 현직 검사 2명의 사무실을 잇달아 압수 수색했다.
수사팀은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폰과 PC 등의 포렌식 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25일과 28일 김 전 회장이 수감돼있는 서울남부구치소를 직접 찾아 출정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4일에는 김 전 회장을 직접 검찰로 소환해 약 6시간 40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세 차례에 걸쳐 룸살롱 접대원과 김 전 회장이 주고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의혹 인물들의 위치 기록 등을 파악해 접대가 이뤄진 날짜와 시간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접대 날짜 공개 꺼리는 김봉현
하지만 검찰은 아직 접대 날짜를 특정하지 못해 A변호사에게 소환 통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이 폭로한 술접대 날짜에 대해서는 장외에서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A변호사는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은 시간과 장소가 특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회장과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있지만, 그 자리에 현직 검사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을 대리하는 이모 변호사는 “향응 수수 입증 책임이 전적으로 김 전 회장에게 있는 건 아니다”며 “A변호사가 결백하다면 먼저 술자리 날짜를 특정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A변호사는 하지만 “김 전 회장이 현직 검사들과 함께한 술자리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할 이유가 없고 그 자리에서 ‘라임 수사팀’까지 언급됐다면 해당 날짜를 더 정확히 기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김 전 회장이 접대 날짜를 감추면서 전자보석 등을 언급하는 건 결국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