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美당선자와 언제 통화? 최단 통화는 대선 다음날 박근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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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중앙포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로 향할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로 향할까. 한국 역대 대통령들은 미국 대선에서 당선인이 확정되면 축하 전화로 동맹을 재확인했다. 이때, 얼마나 빨리 통화가 성사되는지가 관심사였는데 한·미 양국 간 관계의 척도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미 대선 바로 다음 날인 11월 10일 트럼프 당시 당선인과 10여분 통화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당선인과 긴밀히 협력하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더욱 다양한 분야에 있어 동맹 관계를 강화,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100% 동의한다”고 답했다. 당시 ‘최순실 게이트’로 박 전 대통령 탄핵 요구가 커지던 시점이었음에도 두 정상 간의 통화는 비교적 신속하게 성사됐다.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아칸소주지사 시절인 1988년 통상 사절단을 이끌고 청와대를 방문해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아칸소주지사 시절인 1988년 통상 사절단을 이끌고 청와대를 방문해 노태우 당시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던 2008년엔 선거 이틀 뒤인 11월 7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통화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2012년엔 일주일 만에 통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당선이 최종 확정된 지 3일만인 2000년 12월 16일 전화로 축하를 전했다. 1992년 당선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과의 첫 통화는 미국 대선 9일만인 그해 11월 13일 이뤄졌다.

청와대는 미국 대선 당선자가 발표되면 정상 간 통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대선 당선자가 발표된 후 어떤 일정이 준비돼 있냐’는 질문을 받고 “외교관례에 따라서 할 수 있는 (정상 간) 통화도 있고, 축하할 메시지도 있다. 준비를 다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6월 16일 낮(현지시간) 백악관오벌 오피스에서 확대정상회담후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09년 6월 16일 낮(현지시간) 백악관오벌 오피스에서 확대정상회담후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대선 이듬해 미국의 새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면 한·미는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의 결속을 강조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G20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해 오바마 신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했다. 30여분 동안 G20 회의장에서 이뤄진 ‘미니’ 정상회담이었지만,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두 달 뒤인 6월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논의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 임기를 시작한 2013년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5월 미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박 전 대통령도 신임 대통령으로 임기를 시작한 때였다. 특히 2013년은 한·미 동맹 60주년이어서 박 전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관심이 쏠렸다. 박 전 대통령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향후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한·미 정상은 북한의 도발엔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둔다는 원칙에도 공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30일 오전(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2017년 초는 한국 정치의 혼란기였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3월 탄핵당했고, 이어 3주 만에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2016년 12월부터 사실상 정상 외교는 중단된 상태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도 미뤄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인 2017년 6월 30일에야 열렸다.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으로 북핵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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