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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사우나에 2053억? 공공債 산다던 수천억 빼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 뉴시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 사무실. 뉴시스

공공기관의 채권에 투자한다며 돈을 끌어모았던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이 실제로는 옵티머스 설립에 관여한 개인들의 회사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옵티머스가 당초부터 공공기관 채권에 95% 이상 투자해 안정적인 펀드라고 투자자들을 속이고 모은 투자금을 개인 회사로 빼돌리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투자금 2053억원이 흘러 들어간 '씨피엔에스'의 주소지는 이 건물로 뜬다. 화성=채혜선 기자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투자금 2053억원이 흘러 들어간 '씨피엔에스'의 주소지는 이 건물로 뜬다. 화성=채혜선 기자

옵티머스가 2053억원을 투자한 ㈜씨피엔에스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3일 확인한 결과 주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오피스텔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오피스텔 관계자는 “해당 주소는 회사가 아니다. 개인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씨피엔에스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주소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사우나 건물로 올렸다. 업종은 부동산 투자자문업으로 신고했다. 씨피엔에스가 금감원에 공시한 주소지에는 현재 사우나가 들어차 있다. 이 사우나의 영업신고증에는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45·구속기소)씨가 대표로 등재돼 있다. 결국 옵티머스의 2대 주주인 이씨가 본인의 사업장을 씨피엔에스의 주소로 등록했고, 옵티머스는 이 대표의 개인회사 격인 씨피엔에스에 2000여억원 투자한 셈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씨 등 옵티머스 주요 연루자들이 옵티머스로 모은 돈을 안전 자산과 무관한 자기 회사에 흘려보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김경율 회계사는 “옵티머스가 씨피엔에스 등에 2000억원 넘게 투자했다고 하는데, 금감원 전자공시 등에도 공시된 게 없다. 씨피엔에스는 지난해 7월 설립된 회사인데 누가 이런 신생회사에 큰 돈을 투자하겠나”라며 “부동산 컨설팅을 한다는 회사가 왜 2000억원이 필요한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동열, 구속되자 가족에 회사 운영 위탁   

5000억 원대 피해를 유발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 관계자들의 첫 공판이 열린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안내 게시판에 옵티머스 사건 관련 공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5000억 원대 피해를 유발한 옵티머스자산운용 핵심 관계자들의 첫 공판이 열린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공판 안내 게시판에 옵티머스 사건 관련 공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옵티머스는 씨피엔에스뿐 아니라 충북의 한 관광업체, 경남의 한 글램핑장에도 각각 160억원과 16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공공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특히 충북에서 유람선 사업을 하는 관광업체는 이씨가 구속된 이후 이씨의 사촌이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이씨의 사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모씨는 “지난주 이씨 변호사를 통해 위촉장을 받았다”며 “(이씨가 구속수감된 만큼) 믿고 나설 사람이 없으니 나한테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사촌 이씨에 따르면 이씨가 대표로 있는 화성에 있는 사우나와 경남에 있는 글램핑장 역시 이씨와 관련된 가족 등이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옵티머스의 피해자들은 씨피엔에스나 유람선, 글램핑장 등의 사업체에 투자된 돈을 회수해 피해자 구제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범죄수익환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대리하는 차상진 차앤권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현재 적지 않은 자금이 이씨 등 옵티머스 사태 핵심 인물들과 관련된 사업장에 흘러간 것으로 나타난다”며 “수사 당국은 이 업체들과 옵티머스 사이의 관계를 수사하고, (연관성이 확인된다면) 범죄수익을 환수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복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역시 현재 이씨와 김재현(50·구속기소) 옵티머스 대표 등 옵티머스 주요 연루자와 법인의 계좌 일체를 압수해 이들이 끌어모았던 약 1조 원대의 행방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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