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이자만 내년 22조…저금리보다 가파른 나랏빚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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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나랏빚에 붙는 이자로만 22조원이 넘는 돈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금리 기조 속에 국가채무 이자 상환 비용은 감소 추세였다가 올해부터 다시 늘고 있다. 그만큼 나랏빚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얘기다.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2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성호 국회 예결위원장이 2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1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채무 이자 비용 올해부터 다시 증가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에 국가채무 이자 비용은 22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올해(20조9000억원)보다 1조8000억원 늘었다. 국가채무 이자 비용은 2015년과 2016년에 19조7000억원이었다. 이후 저금리 기조 등이 반영되며 2017~2019년에는 18조원 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올해 20조원을 넘어서며 다시 증가세다.

국가채무 이자 비용의 대부분은 국고채 이자다. 내년 국고채 이자에만 22조1000억원을 쓴다. 올해(18조5000억원)보다 3조6000억원 늘어난다.

국가채무 이자비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가채무 이자비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18년 2%를 웃돌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최근 1%를 밑돌고 있다. 이런 초유의 저금리 상황에도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건 그만큼 절대적인 나랏빚 규모가 커진 탓이다. 국가채무는 지난해 723조2000억원에 올해 846조9000억원으로 늘어난다. 내년에는 935조9000억원에 이른다. 국가채무 비율도 급증세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7.7%에서 올해 43.9%, 내년 47.1%가 된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한해 세금의 7%를 빚 갚는데 써” 

전 세계적인 낮은 이자율은 확장 재정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일 국회 예결위 주최로 열린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최근 국채이자율 하락 추세는 국제적으로도 확인될 수 있으며 국가채무가 큰 폭으로 증가하더라도 국채 이자 부담은 적어도 중기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국가채무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 저금리로 인해 국가채무 이자비용은 안정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국채 이자 비용이 늘어날 정도로 빚 규모를 늘리는 건 향후 재정 여력을 크게 훼손시킬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시장 금리가 바닥을 이루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건 부채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방증”이라며 “300조원 수준인 한해 세수의 7%가량을 나랏빚 이자를 갚는데 쓴다는 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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