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통법 폐지" 법안 발의…"이통3사 배만 불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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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통신사간 지나친 보조금 경쟁을 막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 폐지 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야당 의원 28명과 함께 발의했다. 해당 법안에는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은 폐지하되, 단통법의 소비자 보호 조항과 경쟁 활성화 등 순기능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통신사업자만 지원금을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에는 대리점과 판매점에까지 지원금 공시 의무를 확대하도록 했다.

"'짠물' 보조금으로 통신사 이익 늘고 소비자만 손해"

6년 전 단통법을 도입한 취지는 구매 시점, 가입 유형, 구매 장소 등에 따라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호갱' 문제'를 막자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통신사는 신규 가입이나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에 관계없이 동일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단말기 출고가와 보조금을 공시해야 한다. 대리점이나 판매점이 지급하는 추가 지원금은 공시지원금의 15%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단통법은 도입 초기부터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부각됐다.  '짠물' 보조금으로 스마트폰 가격이 상향평준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반면 그간 막대한 보조금을 살포해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는 데 집중했던 이통 3사는 마케팅 비용이 현저히 줄었다. 실제로 단통법 도입 첫해인 2014년에는 이통3사 마케팅 비용이 8조822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7조8670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줄어들더니, 2016년 7조6190억원, 2018년 7조2890억원이 됐다.

이에 대해 김영식 의원은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6년 동안 휴대전화 출고가는 오르고 지원금은 감소해 국민 부담만 커졌다"면서 "반면 단통법 시행 직전 9조원에 육박하던 이통3사의 마케팅비는 7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정부 개입으로 더 큰 시장 실패를 낳고 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영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여당 "폐지 아닌 개선해야…분리공시제 도입할 것"

김 의원은 "(단통법 폐지를 통해) 불완전 경쟁시장을 완전 경쟁 체제로 전환시키고자 한다"면서 "더 이상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하지 않도록 바꾸겠다"고 했다. 대신 소비자 편익을 키우기 위해 선택약정제도와 부가서비스 강매 금지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단통법 폐지가 아닌 개선을 통해 차별적 지원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여당에서는 제조사와 이통사의 보조금을 따로 공개하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3개 발의해둔 상태다. 고낙준 방통위 단말기유통조사담당관은 "단통법 개선을 위해 분리공시제 통과가 가장 시급한 과제고, 이후 방통위 차원에서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입법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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