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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률 더 높은 '코로나 변종'의 습격···이미 유럽 뒤덮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수 폴스의 의료진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사우스다코다주 수 폴스의 의료진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29일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만 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까지 잇따라 등장하고 있어 사태가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A.EU1 변종 스페인·영국 휩쓸어 #호주서 처음 발견된 것도 유럽 확산 #브라질에도 치명률 높은 변종 발생 #"변종 확산 대비 모니터링 강화해야" #

로이터 통신은 자체 집계 결과, 지난 28일(이하 현지 시각) 전 세계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0만6781명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이로써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4470만 명, 사망자는 117만 명이 됐다.

특히, 유럽과 북미,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확산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유럽에서 진행되고 있는 2차 확산은 새로운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편이지만, 특히 확산이 아주 빠르게 진행되는 일부 변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자현미경 사진. 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초여름 스페인에서 등장, 유럽 전체로 확산

자료: 스위스 취리히 대학 등

자료: 스위스 취리히 대학 등

지난 28일 사전 논문 리뷰 사이트(medRxiv)에 공개된 스위스와 스페인 연구팀은 지난 6월 스페인에서 처음 관찰된 새로운 변종 20A.EU가 유럽 여러 나라로 퍼졌다고 밝혔다.

이 변종은 스페인에서 7월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현재는 거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스위스·아일랜드·영국 등에서는 아주 낮은 빈도로 발견되다가 9월에는 40~70% 빈도로 발견될 정도로 급증했다.

현재 영국 코로나19 바이러스의 90%, 아일랜드의 60%를 이 변종이 차지할 정도다.
또, 노르웨이·라트비아·네덜란드·프랑스에서도 널리 퍼진 상태다. 현재 12개 국가에서 발견됐다.

A222V로도 불리는 이 변종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S) 단백질의 222번째 아미노산이 알라닌(A)에서 발린(V)으로 바뀌는 등 6개 이상의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에서 못처럼 삐죽삐죽 튀어나온 부분을 말하는데, 숙주인 사람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스페인에서 다른 유럽 국가로 여러 번 '수출'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변종이 널리 퍼진 것이 전파에서 유리한 점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스페인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후 관광객을 통해 전파된 탓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출현한 S477N 돌연변이

프랑스에서 코로나19)의 두 번째 물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국가 봉쇄가 시작되면서 30일 새벽(현지 시각) 파리 몽토르게 지구의 거리가 텅 비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에서 코로나19)의 두 번째 물결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국가 봉쇄가 시작되면서 30일 새벽(현지 시각) 파리 몽토르게 지구의 거리가 텅 비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등

자료: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등

유럽에서는 또 S477N(20A.EU2)이란 돌연변이도 유행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최초 호주 등지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이 변종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발생한 것이다.
숙주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부위(RBD)의 477번째 아미노산이 세린(S)에서 아스파라긴(A)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스페인 연구팀은 논문에서 "477번 아미노산은 수용체 결합 부위가 사람 세포의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료: 스위스 취리히 대학 등

자료: 스위스 취리히 대학 등

전 세계에서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 RNA의 염기서열 9만4000여개를 분석한 캐나다와 칠레 연구팀도 27일 medRxiv에 공개한 논문에서 이 S477N 돌연변이와 더불어 V1176F 돌연변이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S477N이 사람 세포 내의 수용체인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ACE2)와 더 잘 결합한다는 것이다.
이 변종은 8월 초 호주에서 처음 발견된 지 겨우 두 달 만에 우세한 변종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더 높은 치사율을 보인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발견된 V1176F 돌연변이 

자료;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 등

자료;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 등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된 V1176F 돌연변이는 스파이크 단백질 1176번째 아미노산이 발린(V)에서 페닐알라닌(F)으로 바뀐 것이다.
이 변종은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망률 증가와 상관관계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V1176F 변종은 역시 숙주 세포의 수용체와 더 잘 결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돌연변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인 트리머(trimer) 복합체가 안정화하고, 트리머를 떠받치는 줄기 부위에 유연성을 부여해 수용체와 쉽게 결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D614G 돌연변이

D614G 돌연변이

브라질에서는 V1176F 변종이 기존에 전 세계로 널리 퍼진 D614G 변종의 돌연변이와 겹쳐서 나타나면서, 돌연변이의 성질을 서로 보완해 감염력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D614G는 스파이크 단백질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에서 글라이신(G)으로 바뀐 돌연변이를 갖고 있다.

V1176F 변종은 현재 미국·호주·스코틀랜드·지브롤터 등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사망률 높아져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29일(현지 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 중인 의료진이 책상에 엎드려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각) 멕시코 멕시코시티병원 중환자실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 중인 의료진이 책상에 엎드려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칠레 연구팀은 "S447N과 V176F 두 변종이 전 세계에 지속해서 확산하면 사망률이 높아지는 등 궁극적으로 공중 보건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새로 출현한 바이러스 변종을 계속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위험한 변종이 널리 확산하는 배경에 대해 연구팀은 무작위로 발생하는 바이러스의 다양한 돌연변이 중에서도 사람의 수용체에 잘 맞는 것이 '선택'되는, 즉 숙주의 선택으로 특정 변종이 지배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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