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달인 양의지·박석민, 드디어 나설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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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NC 박석민(왼쪽)과 양의지가 창원NC파크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KS 전문가’ 양의지와 ‘우승 청부사’ 박석민이 NC의 첫 KS 우승 도전을 이끈다. [연합뉴스]

NC 박석민(왼쪽)과 양의지가 창원NC파크에서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KS 전문가’ 양의지와 ‘우승 청부사’ 박석민이 NC의 첫 KS 우승 도전을 이끈다. [연합뉴스]

올해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창단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에서 우승했다. 물론 한국시리즈(KS) 선착이 꼭 우승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2년 전, 정규시즌 2위 SK 와이번스는 1위 두산 베어스보다 15승을 덜하고도 KS에서 우승했다. 2015년엔 79승의 정규시즌 3위 두산이 88승의 1위 삼성 라이온즈를 꺾었다. 가을야구에서 ‘경험’과 ‘기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KS 첫 우승 도전 NC 키플레이어 #양, 젊은 투수 이끌고 장타도 펑펑 #박, 우승 반지 5개 삼성 왕조 주역 #경험으로 젊은 팀 NC의 선봉 역할

정규시즌에서 NC의 기세는 거칠 게 없다. 신예 투수와 타자가 급성장해 신구 조화의 밸런스가 완벽해졌다. 선수단 전체가 “이미 잘해냈고, 앞으로도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다만 4년 만의 KS 무대에서 젊은 선수들이 10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이야말로 NC에 몸담은 ‘왕조의 후예’가 우승 경험을 수혈할 시점이다.

가장 든든한 존재는 주전 포수 양의지(33)다. 모기업이 게임회사 NC소프트인 NC는 2018년 12월 두산 출신 포수 양의지에게 4년 125억원을 안겼다. 역대 포수 자유계약(FA) 최고액수였다. 그 후로 야구계엔 ‘이 맛 현’(이 맛에 ‘현질’한다)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현질’은 무료 접속이 가능한 온라인 게임에서 현금을 써 유료 아이템이나 게임 화폐를 구매한다는 뜻의 속어다. NC 팬은 “양의지를 향한 구단의 ‘현질’이 창단 후 최고의 투자”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양의지는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체력 소모가 큰 주전 포수로 나서면서 연일 결정적인 장타도 때려냈다. 무엇보다 양의지가 안방에 맡으면서 젊은 투수들이 부쩍 안정감을 찾았다.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하고 투수의 심리를 쥐락펴락하는 포수의 존재감을 양의지가 확실히 보여줬다.

NC는 양의지 입단 전, 창단 첫 최하위 수모를 당했다. 양의지가 가세한 지난 시즌, 곧바로 5강에 복귀했다. 올해는 2013년 1군 진입 후 처음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섰다. 이동욱 NC 감독은 “양의지가 들어온 뒤 투타 짜임새 자체가 달라졌다. 좋은 선수가 팀에 있다는 게 힘으로 느껴진다”고 극찬했다.

심지어 양의지는 ‘KS 전문가’다. 두산 소속으로 2015, 16년 KS 2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16년엔 KS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해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두산 투수들은 KS 4경기에서 2점만 허용했다. 역대 KS 최소 실점이었다. 양의지는 올해 ‘NC 주장’으로 KS에 복귀한다.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가을야구에 기대를 걸게 하는 이유다.

베테랑 내야수 박석민(35)도 KS를 준비하는 NC의 기둥이다. 그는 NC가 양의지 이전에 가장 큰돈을 쓴 FA였다. 2016시즌에 앞서 4년 총액 96억원에 계약했다. 이적 첫 시즌 홈런 32개를 치는 등 쏠쏠하게 활약했지만, 지난 3년은 부상과 부진이 겹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3년 연속 2할대 타율에, 홈런도 20개를 못 넘겼다.

올해는 달랐다. 시즌 전 ‘2+1년, 최대 34억원’에 재계약했다. 그간의 아쉬움을 털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 3할 타율을 회복했다. 옛 동료인 최형우(KIA 타이거즈)와 출루율 타이틀을 놓고 다투고 있다.

무엇보다 박석민도 2010년대 초반 통합 4연패를 일군 ‘삼성 왕조’ 주역이었다. KS 우승 반지를 이미 5개나 가지고 있다. 특히 NC 소속이던 2016년, 플레이오프 MVP가 그의 차지였다. 그해 NC는 그의 활약을 앞세워 처음으로 KS 행 열차를 탔다. ‘우승 청부사’ 박석민이 4년 만에 다시 KS 선봉에 선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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